[사설] 충격적인 ‘NLL 북 공격 유도’ 메모, 철저히 진상 밝혀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 ‘북풍 시도’ 정황
예비역이 현역 조종…해이한 군 기강 민낯 노출
만일 계엄의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군사적 충돌을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중범죄다. 외부 세력을 끌어들여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는 외환죄로 최고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헌법 77조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만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번 비상계엄 주동자들도 북한의 도발이 없는 상황에선 계엄의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의 오물풍선에 원점 타격으로 대응해 북한을 도발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비상계엄 관련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흐트러진 군의 기강도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예비역 장성이라곤 하나 현재는 엄연히 민간인인 노 전 사령관이 현직 정보사령관과 정보사 대령들을 햄버거집으로 불러 계엄을 모의했다는 증언은 너무나 비상식적이어서 할 말을 잃게 한다.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선포 당일 김 전 장관을 만난 뒤 경기도 성남시 판교의 정보사 사무실에 전차부대장까지 대기하게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유사시 적진에 침투하도록 고강도 훈련을 받은 특수부대원뿐 아니라 군 핵심 전력인 전차부대까지 민간인이 쥐락펴락했던 셈이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선 ‘국회 봉쇄’와 ‘사살’ ‘정치인·언론인·종교인·노조(노동조합)·판사·공무원 등 수거 대상’이란 메모도 확인됐다. ‘수거’란 표현은 체포를 의미할 것이다. 일부 대상자의 실명도 수첩에 적혀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계엄 상황이라도 뚜렷한 범죄 혐의가 없는 민간인을 체포해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건 반헌법적인 행위다. 특히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판사의 체포는 과거 군사정권 때도 없었던 발상이다. 노 전 사령관이 배후에서 현역 군인들을 시켜 정식 편제에도 없는 정보사 수사2단이란 조직을 꾸리고 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은 철저한 수사로 각종 의혹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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