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국방 정책차관에 핵우산 회의론자…한국 대책 있나
‘북 비핵화 및 확장억제는 허구’라는 콜비 지명
리더십 부재 속 외교·안보‘퍼펙트 스톰’우려
미국 국방부에서 정책차관은 장관, 부장관에 이은 서열 3위의 정책 브레인으로, 행정부 임기 4년 동안 국방정책의 방향타를 제시하고 추동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어떤 면에서는 장관이나 부장관보다 세계 각국의 안보정책에 더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콜비 지명자의 머릿속에 담긴 트럼프 2기 국방정책은 한반도 안보 지형을 송두리째 바꿀 만한 충격적인 내용이다. 그는 지난 4월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미국 안보 전략의 핵심은 중국 견제며, 주한미군은 이를 위해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의 지원에 대한 기대를 줄이고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고 했다. 또 북한 비핵화 회의론자인 그는 외교적으로 비핵화에만 전념하는 것은 허구이며, 한국은 독자적 핵무장 카드까지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공들여 온 정책도 ‘손절’할 태세다. 한국에 핵우산 제공을 다짐한 ‘워싱턴 선언’은 미국의 여러 도시와 3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을 북한의 보복 핵 공격 위협에 노출시키는 위험에 빠지게 했다며, 미국은 이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단언했다.
물론 후보 시절의 정책 방향이 대통령 취임 후 그대로 실천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전례를 볼 때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국발 안보 ‘퍼펙트 스톰’ 충격에 비상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은 현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을 맞아 외교·안보 리더십이 실종된 상태다. 주요국 정상의 트럼프 줄 대기가 필사적인 상황에서 우리만 손발이 묶인 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트럼프 15분 면담’에 반색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동맹을 낭만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 미국은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한국은 한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게 현실이다.” 콜비 지명자의 이런 동맹관에 따르면 우리는 지금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한·미 동맹의 시대를 앞두고 있다. 과연 이런 시대를 헤쳐갈 우리의 대비책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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