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리셋 코리아] 정의로 포장된 적대감의 악순환 사슬 끊어야

탄핵 이후의 길 ⑦
김성곤 일치를 위한 정치운동 한국본부 대표·전 국회 사무총장
대한민국 대통령의 ‘흑역사’는 언제나 끝날까. 많은 사람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고, 수사 기관은 윤 대통령과 이번 사태의 책임자들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살펴 한국 정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인간의 마음, 즉 진영간의 적대감에서 찾아 보고자 한다.

권력 집중돼 대통령 흑역사 반복
진영끼리 적대시하면 정치 망쳐
신념 다른 국민·정당도 포용을

우원식 국회의장과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양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제공
먼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고 당선되는 과정을 복기해보자. 사실 이름 없는 검사 윤석열을 일약 스타로 만든 것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정권이다. ‘보수 궤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손봐준 검사 윤석열을 기특하게 여겨 검찰총장에 앉힌 것이다. 문 정부 인사들은 최순실 국정 농단을 단죄한 정의감을 강조하지만, 보수 세력에 대한 적개심도 동시에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물극필반(物極必反)이란 말처럼 세상 모든 것은 극단으로 가면 뒤집어지는 법이다. 진보 세력에 대한 원한을 갖고 권토중래하던 보수 세력은 문재인 정부를 친북 세력으로 몰아붙였다. 그러던 중에 문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윤석열 검찰총장을 ‘용병’으로 영입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세웠다. 지난 대선에서 윤 후보의 당선은 보수 세력의 적극적 지지도 있었지만, 좌파 정권에 대한 보수 세력의 적대감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당시 윤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0.73%포인트라는 미세한 차이로 신승했다. 많은 언론이 협치를 촉구했는데도 윤 대통령은 야당을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국가·친북 세력으로 몰면서 적대시했다. 윤 대통령의 편향된 리더십은 결국 4·10 총선에서 민주당을 압도적 다수당으로 만들어 줬다. 그리고 민주당은 다수당 지위를 이용해 윤 정부 인사들에 대한 탄핵과 예산 삭감 등으로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이를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비상계엄이란 상식 밖의 무리수를 뒀다. 즉, 야당에 대한 적개심이 윤 대통령의 온전한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고 결국 스스로를 무너뜨린 것이다. 물극필반의 원리가 이번에도 작용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일인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4번째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우리가 이번 사태에서 배울 점은 정치 진영 간의 지나친 적대감이 한국 정치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해방 이후 좌우의 극한 정쟁, 그리고 6·25전쟁 등 역사적 뿌리가 깊다. 지금도 우리 사회 많은 갈등의 기저에 이념간의 적대감이 짙게 깔려있다.

많은 분이 한국 대통령 흑역사의 원인이 현행 대통령제에 있다고 비판하면서 차제에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는 지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정적에 대한 적개심이란 심리적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국회 선진화법’이 통과되면 국회에서 물리적 폭력이 없어지고 정쟁이 완화될 거라 기대했다. 물론 과거와 같은 몸싸움은 없어졌지만, 여야의 심리적 대립은 오히려 더 깊어졌다.

적개심이란 모든 인간의 보편적 감정 중 하나다. 2차 세계대전의 참상에 대한 반성으로 만들어진 유네스코 헌장 서언에 ‘전쟁이 인간의 마음에서 시작되었듯이 평화를 세워야 할 첫째 방벽도 인간의 마음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 말은 지금의 한국 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적개심은 종종 정의감으로 포장되는데 인간에 대한 사랑이 결여된 정의는 종종 폭력이 되고 사회를 더욱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

이번 탄핵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 한국 정치가 서로를 죽이는 적대적 정치에서 서로를 살리는 사랑의 정치로 전환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적대가 적대를 부르는 이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 모든 인류가 한 형제임을 강조하는 ‘포콜라레(Focolare·벽난로) 운동’의 창시자 키아라 루빅(1920~2008)은 “정치는 사랑이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진정한 정치인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과 신념이 다른 정당도 같은 형제로서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다음 대통령은 부디 정의를 구현하면서도 모든 국민과 정당을 품 안에 안을 수 있는 가슴 넓은 사람이기를 기대한다.

김성곤 일치를 위한 정치운동 한국본부 대표·전 국회 사무총장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