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호의 사이언스&] “기술사업화는 시대정신…좋은 정책은 정권과 이념을 넘어선다”
김영식 NST 이사장 인터뷰
Q : 과기계에선 ‘한국이 왜 R&D 패러독스냐’는 주장도 있던데.
A : “현재 우리나라가 단군 이래 이렇게 잘 살 수 있게 된 것은 과학기술계의 노력 덕분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네이처 인덱스가 지적한 대로 ‘한국의 R&D 성과가 예산 대비 놀라울 정도로 낮다’는 비판도 인식하고, 효율성 향상을 위한 해결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R&D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도 기술사업화 성과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은 이유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기술사업화 중심 전략의 부재, 둘째, 기술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셋째, 사업화 시기의 적정성 부족이다.”
Q : 왜 기술사업화인가.
A : “기술사업화는 국가 경쟁력의 척도를 넘어 글로벌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필수적 선택이다. 지금까지는 연구를 위한 연구가 없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연구과제가 끝나고 나면 해당 과제의 연구성과가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완결형 R&D’가 중요하다. 산업의 수요를 바탕으로 연구기획이 이뤄지고 수행되는 완결형 R&D는 기술이전이나 창업이라는 ‘엔딩 포인트’(Ending Point·마무리 지점)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연구과제가 연구실로, 연구실에서 스타트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연구개발 성과를 기술사업화로 연결해 대한민국의 혁신 성장과 글로벌 첨단기술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데 앞장서겠다.”
기술사업화는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이 “직을 걸겠다”고 표현할 정도로 핵심사업이 됐다. 당장 지난달 19일 장관 직속 조직으로 부처 간 기술사업화 업무 조율 등을 위한 연구성과확산촉진과가 새로 출범했다. 대통령실도 거들었다. 박상욱 과학기술 수석은 지난달 24일 브리핑을 통해 “내년 중으로 기술사업화를 위한 전문 회사를 출범시킬 것”이라며 “산업부와 교육부·과기부·중기부 등 여러 부처로 분절화돼 있는 기술사업화 관련 지원정책을 관계부처 협의체 운영을 통해 조율하고 대통령실에서 직접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이 수행 어려운 R&D에 집중해야
Q : 출연연 기술사업화의 롤모델을 꼽자면.
A : “여러 가지가 있지만, KIST의 최근 기술사업화 성공사례로 소개된 큐어버스를 얘기하고 싶다. 정부와 출연연의 기술 사업화 지원 전략의 결과라는 점에서 정부·출연연 협력의 모범사례라 할 만하다.”
큐어버스는 KIST의 기술을 이전받은 일종의 연구소기업이다. 큐어버스의 치매 신약후보 물질 CV-01은 KIST 연구진이 2014년부터 개발한 차세대 치매치료제다. 지난달 16일 글로벌 제약사와 CV-01에 대한 총 3억7000만 달러(약 5364억원)의 기술이전 계약을 했다. 지금까지 출연연 기술수출 기록 중 최고 규모다. 바이오 기업 출신 연구자와 KIST 연구자 및 기술성과를 매칭해 기술창업을 지원하는 ‘바이오스타 사업’의 결과였다.
Q : 과기 출연연의 존재 이유가 뭔가.
A : “1960~80년대는 출연연이 국가 주도 산업화 시대의 핵심 동력이었다. 민간 연구역량이 미흡한 시대에 산업계에 필요한 응용기술의 개발부터 기술이전까지 전담했다. 이제는 우리 대기업이 세계적 수준의 R&D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대학의 연구 역량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지금의 출연연은 기후변화·양자기술 등 민간이 수행하기 어려운 기초원천 연구와 미래 혁신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출연연을 출연연답게 하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에 따라 R&D의 완결성을 높여가야 한다.”
탄핵정국에서도 지켜야 할 과학기술
Q : 그 변화가 왜 잘 안 됐을까.
A : “시대적 변화에 따라 미래를 예측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 과학기술인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여기에 과제 수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인센티브 제도, 대학교수보다 짧은 정년 등 낡은 시스템과 낮은 처우가 보다 뛰어난 출연연 연구자들을 불러들이는 데 부족함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Q : 기술사업화를 위한 구체적 정책이 나왔는데,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동력 상실이 걱정된다.
A : “굉장한 위기 상황이다. 그래도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부분이 과학기술이라 생각한다. 과학기술은 미래의 성장엔진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꺼지지 않아야 한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좋은 정책은 정권과 이념을 초월할 것이라 믿는다. 지금은 뭉쳐야 할 때다.”
◆김영식=1959년 대구서 태어났다. 영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아이오와대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각각 기계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과 금오공대 교수를 지냈다. 금오공대 총장(2013~2017)과 창업진흥원 이사장, 21대 국회의원 등을 역임했다.
최준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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