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세상을 구원한다고 전해진 존재가 세상에 내려오는 밤.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우리의 구원은 어디에 있는지 매년 묻게 된다. 신이 우리를 구원하는가? 우리가 우리를 구원하는가? 신이 우리에게 우리를 구원하도록 등을 밀어주는가?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자신과 이웃을 구하도록 변화한 한 인간에 대한 불멸의 고전이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에는, 거기에 모든 것이 있다고 믿게 된다.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2023)은 아주 평범한 사람의 안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 빛을 내며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다. 1985년 아일랜드, 딸 다섯을 둔 가장 빌 펄롱은 석탄 배달을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많은 사람이 해고되거나 외국으로 떠나는 혹독한 겨울이지만 펄롱은 이 시기를 잘 버텨서 딸들을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좋은 학교에 보내리라 다짐한다. 그리고 세탁소가 있다. 수녀원에서 관리하는 세탁소에 대한 소문은 무성하다. 어떤 여성들이 거기 갇혀 있고, 아이를 빼앗기고 있다. 하지만 마을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수녀원에 반기를 들 마을 사람은 없다. 그리고 펄롱은 석탄 배달을 하다 세탁소의 한 소녀와 마주친다.
키건은 극적인 천지개벽을 향해 나아가지 않는다. 대신 펄롱의 내면, 지극히 평범하고 또한 선한 한 인간의 내면이 작은 일상의 불의 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침착하게 바라본다. 짧은 소설의 한 줄 한 줄은 작고 단단한 구원으로 나아간다. 자신 안의 양심에 귀를 기울이는 일, 그리고 이어질 고난을 알면서도 마침내 손을 내미는 일은 스크루지 영감 이래로 우리에게 영원히 전해 내려오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다. 신을 믿는 이도, 믿지 않는 이도 행할 수 있는 기적.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그래서 가장 큰 구원을 행할 수 있는 날이 다가왔다. 빛은 춤을 추며 내려온다. 손을 내밀 차례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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