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님 증언을 허구로 단정…무모하다" 또 휘둘리는 거대야당
“김어준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무모함은 무엇이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13일 과방위에 나와 “12·3 계엄 당시 한동훈을 사살하려는 암살조가 있었다”고 주장한 게 허구라는 논란이 일자, 위원장이 직접 반박에 나선 것이다. 최 의원은 “김어준씨는 암살 위협을 당한 피해자”라며 “(언론은) 왜 근거도 없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냐”고 김씨를 적극 엄호했다.
같은 날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 나와 “김어준씨가 거짓말을 한 것처럼 돼서 미안하다”고 김씨에게 사과했다. 박 의원실에서 김씨의 암살조 주장이 신빙성이 낮다는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 내용이 17일 언론에 알려지면서 “민주당이 그나마 선을 잘 그었다”는 평가를 받을 때였다.
그런데 박 의원이 김씨 방송에 나와서는 돌연 “(최종 보고서에선) ‘신빙성 낮음’이 ‘가능성 배제하지 않음’으로 바뀌었다”며 자기 보좌진이 만든 내용을 부정했다. 박 의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동훈이 (계엄 당일) 본회의장에 일시적으로 들어와 피신했다. 그 정도면 자기 생명의 위해에 대한 제보를 받은 것”이라며 김씨 주장을 지지하는 발언까지 했다.
이렇듯 민주당 의원들이 김씨를 감싸는 건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민주당과 김씨 사이의 묘한 공생관계가 꽤나 오래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1998년 창간한 딴지일보, 2011년 만든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로 얼굴을 알린 김씨는 친(親)민주당 성향을 가감 없이 드러내 왔다. 그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보수 정당에 불리한 이슈를 부풀리며 진보 정당에 은근히 조력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 공장’ 유튜브 방송은 매일 아침 민주당 의원들이 출연해 자기 주장을 쏟아내는 창구로 역할하고 있다. 구독자 189만명, 동시 접속자가 수십 만에 육박하는 채널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가장 믿을 만한 언론’으로 여겨진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인지도를 높이는 데 뉴스공장 만한 데가 없다”고 말했다.
22대 총선은 민주당 내 김씨의 위상을 특히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김씨가 설립한 ‘여론조사 꽃’에서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이 총선 기간 내내 “야권 우위”라고 여론전을 펴는 근거가 됐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여론조사 결과는 비중 있게 다뤄졌다고 한다. 총선을 앞둔 지난 3월에는 민주당 이언주·전현희 의원, 안귀령 대변인이 공개 방송에 나와 김씨의 구령에 맞춰 큰절을 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차렷, 절”이라는 김씨의 말에 민주당 소속 세 후보가 넙죽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에 일부 커뮤니티에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후보가 유튜버 앞에서 절을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 체제로 전환된 이후 민주당과 김씨의 유착이 더 강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씨가 오래 전부터 이 대표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왔기 때문이다. 대선 기간인 2021년 이 대표 아들의 ‘불법 도박’ 의혹이 일자, 김씨는 “불법 도박이 아니고, 아직 합법화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주장을 폈다. 같은 해 김씨는 방송에서 “이재명은 혼자서 여기까지 온 사람이고, 이제 당신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말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했단 이유였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김어준의 극단적 음모론에 민주당이 동조하면 극우 유튜버처럼 선거 조작 얘기를 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다를 게 뭐냐”며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는 건 좋지만 거짓 선동까지 동조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강보현.김지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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