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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국 혼란 줄이려면 내란·김여사 특검 수용이 현실적

논란 조항 있지만 거부 땐 소모적 정치 공방 불가피
한 대행은 수용하고, 야당은 중립적 특검 추천해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임시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등 6개 쟁점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한층 민감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연말까지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두 특검법은 특별검사 후보자 두 명의 추천권을 모두 야당이 행사하는 논란 조항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으로 거부권 행사를 반복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내란 수사는 검찰과 경찰·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초반부터 혼란을 빚었다. 내란 피의자 구속은 검찰이 하고 압수수색은 경찰에서 나섰다. 대검이 윤석열 대통령 수사를 공수처로 넘기기로 하자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는 등 신경전이 이어진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검찰과 공수처의 소환 요구에 불응할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청구서까지 수취를 거부하고 있다.

수사기관의 신뢰성과 역량에도 문제가 제기된다. 야당은 검찰 수사를 믿지 못한다는 입장이며, 경찰과 군은 수뇌부가 비상계엄 사태에 깊이 연루돼 있다. 공수처는 지난해 착수한 채 해병 사망 관련 수사도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을 만큼 인력난을 겪어 왔다. 대통령과 군경 지휘부의 유고 상태를 장기간 방치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특검 이외에 대안이 없는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2023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두바이 라티파 공주와 환담 중인 김건희 여사. 사진 대통령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윤 대통령이 그동안 세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비슷한 법안을 반복해 밀어붙인 야당도 문제지만,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정치공세도 가능했다. ‘디올백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등 김 여사 관련 의혹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하루도 잠잠한 날이 없다. 수사 결과와 과정 모두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이 좌천성 인사를 당하는가 하면 새로 온 수사팀은 김 여사에 대한 ‘황제 수사’와 ‘검찰총장 패싱’ 논란까지 일으켰다. 지난 10일 네 번째 특검법에 여당 의원 일부가 동조하면서 195명 찬성으로 본회의를 통과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한 권한대행은 두 특검법의 거부권 행사 시한인 내년 1월 1일까지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내란 수사를 둘러싼 혼란과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시간을 지체하는 게 최선일지 숙고해야 한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거대 야당이 한 총리 탄핵에 나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도 짙다.

야당도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만큼 특검 추천 등에 있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비록 추천권이 야당에 있다 하더라도 널리 신망받는 중립적인 인물로 특검 후보를 추천함으로써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책임 정당으로서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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