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두고 인질극 벌이나 [강주안의 시시각각]
아이디어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왔다. 헌법재판소법 23조의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는 ‘심판정족수’ 조항이다. 국회·대통령·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추천한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3명이 공석이면 재판관이 6명만 남게 돼 정족수에 미달한다.
민주당은 헌법 65조 탄핵소추 조항을 악용해 현 정부를 괴롭혀왔다. 국무위원·법관·검사·감사원장 등에 대해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면 바로 직무가 정지된다. 헌법학자들조차 "역사적인 의미 이상의 실효적인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허영 ‘헌법정신과 헌법’)고 믿었던 이 조항을 민주당이 남용하기 시작했다.
검사들을 잇따라 직무 정지시킨 민주당은 지난 10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에 즈음해 국회 추천 재판관 3명의 임기가 끝나는 사실에 착안했다. 재판관 공백이 없도록 국회는 후임자를 추천해야 하지만, 시간을 끌면 재판관 6명 상태가 지속해 정족수 7명을 못 채운다. 이 위원장의 직무 정지가 한없이 길어진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을 인질로 잡은 채 요구 조건을 내걸었다.
국회 추천 재판관은 여야가 1명씩 추천하고 1명은 여야 합의로 인선하는 게 관례다. 그런데 민주당은 2명 추천권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감사원장까지 탄핵소추를 하겠다고 나섰다. 재판관 임명이 절실한 여당은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이때까진 민주당이 여유로웠다.
재판관 6명이 대통령 탄핵 결정?
법 무시한 국민의힘 우기기 전략
그러나 대통령 파면 여부 결정은 다르다.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이 인용되는데 만장일치만 가능하다는 얘기인가. 국민의힘 주장이 억지라는 사실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돌아봐도 명확하다. “8명의 재판관만으로는 탄핵심판 결정을 할 수 없고 9인의 재판부로부터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건 박 전 대통령 측이다. 물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결정문은 재판관 7명 이상이 필수라고 적었다. “7명 이상의 재판관이 출석하면 사건을 심리하고 결정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재판관 7명도 대통령 탄핵 심판엔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관 8명 체제에서 이정미 당시 재판관의 퇴임 예정일(3월 13일)보다 사흘 전으로 선고 날짜를 잡았다고 공개했다. ‘7인 재판관 체제하에서 현직 대통령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할 경우 대통령 측과 소추위원 측 모두 승복하지 않아 정당성 논란이 거세게 제기될 게 분명했다’고 기록했다(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한민국의 변화’). 하물며 6명 체제로 결정한다니, 어불성설이다.
공직자 인질 발상은 민주당 원조
강주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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