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육상에선 폭파, 공중엔 오물풍선…두만강 건너 전쟁터로 떠난 북
올해 한반도는 연초부터 분주했다. 지난해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을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소위 ‘2국가론’을 주장한 뒤 남북관계는 악화일로였다. 연말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으로 어지럽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3차례 만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에 침묵하고 있다.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맞아 북한이 어떤 전략으로 나올지도 미지수다.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가 올해 북한 7대 뉴스를 선정했다.
뒷배 러시아 향해 올인 전략
통일 관련 부서, 상징물 폐기
트럼프 후보 당선 소식 침묵
지방경제 챙기기 나서기도
1 북한군, 두만강 건너 러 전쟁터로=올해 가장 눈길을 끄는 북한 뉴스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돕기 위해 지난 10월 초부터 1만 1000여 명의 병력을 러시아에 보냈다. 이들은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마치고 현재 쿠르스크 지역의 전선에 투입됐다. 국가정보원은 19일 국회정보위 비공개 간담회에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가운데 최소 1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부상자는 1000여 명에 달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북한은 과거 베트남 전쟁이나 욤 키르프 전쟁(이집트)에 소규모지만 조종사 등을 보낸 적이 있다. 또 아프리카 등 후진국에 군사고문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규모 정규군을 해외에 파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쟁이 길어질 경우 임무 교대 등을 위한 추가 파병도 예상된다. 북한은 병력 파견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러시아와 정상적인 협력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2 피로 맺은 북한 동맹은 중국? 러시아?=북한과 중국은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의미로 순치(脣齒) 관계로 여겨져 왔다. 중국은 6·25전쟁 때 ‘항미원조(抗美援朝: 미제에 맞서 조선을 도움) 보가위국(保家衛國: 가정과 국가를 지킴)’이란 명분으로 대규모 병력을 북한에 파병했다. 이후 북한은 ‘대를 이어 중국과 혈맹’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6월 유사시 자동개입 조항을 담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북한이 중국을 대신하는 러시아를 새로운 혈맹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 밖에도 북한은 러시아와 무역, 투자, 과학기술, 식량 및 에너지 안보, 정보통신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등 전방위 밀착을 가속하고 있다.
3 유훈 뒤집은 남북 2국가론=김일성, 김정일은 남북통일을 절대 과업으로 여겼다. 김일성이 생전 마지막으로 서명한 문건이 사망 하루 전 검토한 남북정상회담 관련 문서였다. 김정일은 “통일은 애국, 분열은 매국”이라고 했다. 김정은 역시 집권 직후 이런 선대의 유훈 관철을 내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김 위원장이 한국을 “제1의 적대국이자 불변의 주적”이라고 규정한 뒤 북한은 올해 들어 통일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연초부터 북한은 노동당의 통일전선부를 비롯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북한 정부와 외곽의 남북 관련 기구를 모두 없앴다. 나아가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 등 선대가 건설한 통일 관련 기념물도 철거했다. 지난 10월 15일엔 휴전선을 가로질러 남북을 연결한 철도와 도로를 폭파하고, 휴전선 일대에 방벽을 쌓았다. 김정은은 헌법에 남북의 경계를 담으라는 영토조항을 신설하라고 지시했는데, 내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4 두엄 담은 오물풍선 살포=북한은 한국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응해 5월 28일 이후 32차례에 걸쳐 6600여 개의 대남 풍선을 날렸다. 민간단체들이 달러나 약품, 전단을 날려 보낸 것과 달리 북한은 두엄이나 퇴비, 담배꽁초 등을 담아 남쪽으로 보냈다. 국제사회가 이런 북한의 행동을 엽기적이라고 비판하자 북한은 종이 상자를 찢거나 생활 쓰레기를 담은 풍선을 지속적으로 날리고 있다. 북한의 무차별적인 전단 살포로 인천과 김포 등을 이용하는 항공기 운항이 한때 중단됐다. 특히 북한은 초창기 풍선만 날리다 최근 들어선 타이머를 장착해 특정 장소에 살포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타이머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5 괴물 ICBM 발사=북한은 올해도 크고 작은 미사일을 수시로 발사했다. 특히 북한은 지난 10월 31일 오전 7시 10분쯤 평양 일대에서 ‘화성-19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쐈다. 이 미사일은 85분 56초 동안 비행하며 최고 정점 고도 7687.5㎞를 기록했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중 사거리와 비행시간에서 최고 수준인 괴물 미사일이란 평가가 나왔다. 통상 수직 발사 형식의 고각 발사를 할 경우 미사일 사거리는 최고 정점 고도의 2.5~3배가량이다. 이를 고려하면 미국 본토 전체가 이 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어간다. 북한은 화성-19 미사일을 최종완결판 ICBM이라고 주장했다.
6 이제는 지방이다?=북한은 지난 1월 정기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에서 ‘지방발전 20승(乘) 10(20X10) 정책’을 발표했다. 향후 10년 동안 매년 20개 군(郡)에 현대적인 지방산업기지를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북한의 군이 200개 남짓이어서 이 정책이 성공할 경우 10년 후 모든 군에 번듯한 공장 하나씩을 갖추게 된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10년이 넘도록 주요 공장이나 놀이시설 현대화와 살림집 건설 등 평양 현대화 사업에 집중했다. 평양과 격차를 해소하고, 지방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생필품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북제재로 인해 공장 건설과 가동을 위한 원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장의 규모 역시 한국의 중소기업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7 불발된 군사정찰 위성 발사=지난해 11월 22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에 성공한 북한은 이를 “무력현대화의 선결중대과업 실현에서 결정적인 전진이자 경이적인 사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 3개의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를 최대 과업으로 꼽았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5월 27일 추가 발사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뒤 아직까지 추가 움직임이 없다. 일각에선 북한이 러시아 파병의 대가로 관련 기술을 전수 받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하지만 열흘 남짓 남은 올해 안에 북한이 과업으로 삼았던 3개의 군사 정찰 위성을 추가 발사하기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정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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