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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북특사 지명…"탄핵 국면에 북·미 직거래 가능성"

미국의 대표적 보수 성향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데 대해 “다음달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에 대한 신뢰도와 그에 따른 영향력을 가늠하는 과정에서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특히 윤 대통령의 탄핵이 조기 대선으로 이어져 한국과 미국에 동맹의 전통적 가치를 경시하는 정부가 동시에 들어서는 상황도 우려했다. “한·미 동맹을 축으로 확대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의 역할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최악의 타이밍…韓 역할 축소 가능성”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14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북한과 중국의 역내 위협에 맞서기 위해 동맹과 파트너의 신뢰도와 그에 따른 기여도를 평가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독자적 인도·태평양 전략의 진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번 사태는 한국의 향후 역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JD밴스 부통령 당선인이 14일 미국 메릴랜드주 랜도버에서 열린 미 육군-해군 미식축구 경기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성조기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언론들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에 고위급 소통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및 무역정책, 안보 및 외교정책에 대한 사전 조율이 필요한 상황에서 발생한 한국 권력 공백에 대해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될 계기가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허드슨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안보석좌 역시 “윤 대통령의 탄핵이 워싱턴의 권력 교체에 따른 국제적 질서의 변화를 앞두고 일어났다는 점은 시기적으로 매우 좋지 않다”며 “공고한 한·미 동맹의 기본 토대(fundamental)와 무관하게 단기적으로 한국의 대외 영향력이 줄어들 거란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리더십 공백 속 ‘대북 대화’ 시그널

트럼프는 지난 12일 공개된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협상을 통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언급하며 “북한의 개입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고 언급했다. 트럼프가 러시아를 지원하는 북한 문제를 언급한 건 당선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는 이틀 뒤인 14일엔 최측근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 대사를 북한을 포함한 ‘가장 위험한 지역(the hottest spots)’을 담당하는 특사로 임명했다. 대북 대화 재개를 시사한 인사로 해석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배웅을 받으며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돌아가다 뒤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한국의 이번 사태는 북·중·러가 한국과 미국의 정치적 혼란을 부채질하며 한·미 동맹을 약화하려는 선전전을 펼칠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안한 상황에서도 한·미 양국이 정치적으로 쉽게 흔들리지 않는 연합사령부를 정상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바이든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이날 일제히 ‘철통같은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하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 측에서는 탄핵과 관련한 별다른 공식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포스트 탄핵이 더 중요”…‘퍼펙트 스톰’ 우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만약 한국에 진보정부가 들어선다면 북한에는 화해적 제스처를 취하면서,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한국의 역할이 필요한 미국의 전략에는 저항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윤석열 정부를 ‘친일 반역자’로 낙인 찍었던 (현 야당의)기조가 강화할 경우 한국의 역내 안보 역할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우원식 국회의장과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맥스웰 부대표도 “(투표 무효가 된)1차 탄핵안에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했다’는 문구가 들어갔던 것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약화시키면 북·중·러의 적대 정책을 완화할 수 있을 거라는 순진한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며 “2차 탄핵안에 해당 문구가 삭제된 것이 정치적 목적인지, 문제점을 인식한 수정인지 여부가 향후에 중요한 대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외교가의 대표적 ‘한국통’으로 꼽히는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 역시 지난 9일 본지 인터뷰에서 “차기 미국 대통령은 한·미가 공유하는 핵심 가치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관심이 없고, 외교를 완전한 거래의 관점에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며 “계엄 사태는 한·미 관계의 근원적 위기를 의미하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2 일 뉴욕 증권 거래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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