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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녀 끼고 항암까지 다녔다…남편 욕창 걸리자 아내의 선택

외래를 통해 한 병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귀 병원과 협력 관계인 ○○요양병원입니다. 저희 환자 중에 한 분이 그쪽 의대 병원에서 항암을 중단하시고 오셨는데요, 입원일수가 다 차서 혹시 한방에 전원할 수 있나 해서 연락드립니다. 환자분이 당장 잘 걷지는 못하셔도 말씀은 잘하시고요, 항암을 다시 시작하는 것에 강한 의지가 있습니다.”

‘항암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다’는 말에 더 묻지 않고 ‘내일 환자를 보내 달라’고 대답했다. 전화를 마치는 중에 상대방이 다급히 마무리 지으려는 기색이 느껴졌고 그날 밤까지 왠지 모르게 찝찝함이 느껴졌다.

다음 날 환자가 도착하기로 한 시간쯤, 스테이션에서 콜이 왔다.

“선생님! 인턴 선생님이 새 환자분 보다가 쓰러졌어요. 인턴 선생님은 괜찮은 거 확인했고요, 환자분 욕창은 지금 직접 와서 보셔야 할 것 같아요.”


피를 보고 쓰러지는 선생님들도 드물지 않았기에 욕창이 인턴에게 쇼크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컸다. 대학생 시절, 욕창을 강의하셨던 한 교수님이 “욕창의 제일 심한 단계는, 그냥 살이 움푹 파여서 뼈가 보인다고 생각하면 돼. 나도 딱 한 번 봤어”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리며 병동에 급히 올라갔다.


유달리 엉덩이가 두툼한 기저귀를 끌어내리자 허리에서 엉덩이로 넘어가는 부분에 엄청난 크기의 구멍이 보였다. 깊은 구멍의 끝에는 뚜렷한 흰색이 희끗희끗 보이는 것이 뼈임이 분명했다. 군데군데에는 눌어붙은 거즈도 떡이 져 있어 지난밤 나와 전화를 주고받았던 그 사람이 그리 서둘렀는지 이해하게 됐다. 더구나 환자 본인은 이러한 상황임을 전혀 몰랐다는 점이다.

“욕창 있는 거 아시죠?”

“네. 많이 심한가요?”

“…최근에 관리는 어떻게 하셨어요?”

“최근에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몇 달 전까지 엉덩이가 너무 아파 병원에 말했더니 몇 번 봐주고서 아픈 게 나아지길래 좋아진 줄 알았는데요? 뭐, 많이 심한가요?”


사진 셔터스톡
문득 돌이켜보니 입원 수속을 보호자 없이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선 소독하고 사진 찍어서 보여드릴게요”라고 대답하며 몇 마디를 덧붙였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간병인 케어만으로는 부족해요. 보호자가 옆에 계시는 게 낫고요, 옆에 종일은 못 있으셔도 보호자께 제가 몇 가지는 직접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아…. 부르려면 부를 사람이 없지는 않은데…. 지금까지 혼자 잘해 왔는데요….”


눈앞의 광경을 보고 ‘잘’이라고 평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비상연락망 한 분은 계셔야 돼요. 친인척도 괜찮으니까 상황을 같이 공유하셨거나 공유하실 분 없으세요?”

“그게…. 근래에는 뭐 말할 내용도 없었고 말할 사람도 없고….”


분명 1년 전 진단서에는 ‘보호자에게도 설명’과 같은 부류의 문장이 적혀 있는 것을 보았음에도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몇십 분 넘게 상처를 끊임없이 닦아내고 끊임없이 씻어내면서 ‘과연 이것을 혼자 힘으로 이겨낼 수 있는 환자가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은 ‘없다’였다. 최후의 수단으로 소독이 끝난 욕창 사진을 찍어서 환자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제가 자꾸 여쭤보는 건 환자분을 위해서예요. 항암치료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하셨다면서요. 연락처 한 분은 주셔야 저희도 항암치료를 위한 다음 계획을 세울 수 있어요.”

결국 건네받은 한 번호에 전화했고 바로 다음 날 아내로 보이는 여성이 병원으로 왔다. 부부간 상봉에 작은 곡소리는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상과는 다르게 환자는 눈도 못 마주치며 딴청을 피웠고 아내만 환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정신없이 소독하는 인턴 옆에 아내가 조용히 와서 상황을 파악할 때까지도 환자는 계속 손만 만지작거렸다. 그 손도 지켜보던 아내가 툭 하고 한마디를 던졌다.

“미안한데, 이 정도로는 내가 당했던 거랑 비교도 안 돼. 적어도 당신 상처는 너무 잘 보여서 옆에 달라붙어서 챙겨주는 사람이라도 있네.”

말을 던진 아내는 돌아서서 그대로 병실을 나갔다. 소독을 끝내는 것까지 보고 병실에서 천천히 나왔는데, 스테이션에서 간호사 선생님들의 부축을 받으며 울고 있는 아내가 보였다. 아내는 흐느끼면서 같은 말을 계속 중얼중얼 읊고 있었다.


“제가 이럴 줄 알았어요. 괜히 왔어요. 안 올걸. 안 볼걸.”


평생 바람 피운 남편과 증오로 가득 찬 아내. 하지만 김은혜 한의사는 2년간 놀라운 반전을 목격했다. 그날의 목격은 한의사와 간호사 모두에게 불쾌한 기억으로 남았는데, 과연 어떤 장면이었을까.

불륜녀 끼고 항암까지 다녔다…남편 욕창 걸리자 아내의 선택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8203

김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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