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한류의 나라로만 알았는데…"계엄사태, 韓 '두 얼굴' 들춰"
英매체 진단…군사독재 등 '흑역사' 몰랐던 젊은세대에 충격 "급속 성장에도 뿌리 깊은 권위주의 사회 전반에 남아" 지적
英매체 진단…군사독재 등 '흑역사' 몰랐던 젊은세대에 충격
"급속 성장에도 뿌리 깊은 권위주의 사회 전반에 남아" 지적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K팝의 긍정적인 분위기에 익숙해 있던 전 세계 관중들은 그동안 몰랐던 한국의 다른 면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으로 대표되는 한류 열기에 매진하던 국제 사회가 이번 계엄 선포 사태를 계기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한국의 권위주의 문화와 군사 독재 역사에도 주목하게 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K팝과 독재자들: 민주주의에 가해진 충격이 한국의 양면을 드러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진단하면서 그간 한류 열기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하던 한국의 군사 독재 등 '어두운 면'을 조명했다.
이 매체는 수십 년 만에 한국에서 계엄이 선포된 이번 사태가 군사 독재 체제의 한국을 경험하지 못한 국내외 젊은 세대들에게 특히 충격을 가져다줬다고 짚었다.
가디언은 한국은 "최근 몇 년간 '소프트 파워'(문화적 영향력) 패권을 둘러싼 국제적 경쟁에서 분명한 승자였다"면서 BTS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은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던 이 나라를 '문화적 거물'로 변모시켰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또 다른 한류 열풍의 주역인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 2 공개를 둘러싼 기대가 커지고 있던 불과 며칠 전, 난데없이 벌어진 계엄 사태로 "'현실판 디스토피아'가 여기에 불쑥 끼어들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류 열기와 최근의 혼란상 간의 가장 충격적인 대비는 화요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 밖에서 의원들이 담벼락을 기어 올라가고, 군용 헬기가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와중에 자신들의 대통령이 중단시킨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무장 군인들에 맞서는 현장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며 계엄 선포 사태가 2024년 국제 사회에 던져 준 충격을 설명했다.
이 매체는 이번 계엄 선포는 분명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한국이 사실 군사 독재에서 벗어나 민주화를 이룬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가디언은 한국이 30년 가까이 이어진 군사 독재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국제 사회에 공표한 것은 불과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부터였다면서 그전까지 한국의 지도자들은 반정부 시위를 탄압하기 위해 군인들과 계엄 선포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화 이후 한국이 일궈낸 눈부신 경제, 문화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곳곳에 남은 권위주의적 문화의 잔재는 이번 계엄 선포 사태에도 여실히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가디언은 한국의 "급격한 경제, 문화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는 여전히 제도들 깊이 뿌리내린 권위주의적 경향과 씨름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것들은 종종 전통적인 위계 구조와 네트워크들에 의해 방조되고 더 커지는데, 이는 이번 계엄 사태에서 윤 대통령의 고등학교 연줄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의혹에서도 드러난다"고 짚었다.
가디언은 이번 일을 두고 한국 내에서는 그간 쌓아 올린 국가적 위상과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비판과 함께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한국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고 전했다.
한 서울 시민은 가디언에 "우리 평판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면서 "특히 올해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타고 우리의 평화로운 글로벌 이미지로 이러한 평판을 높이 쌓아왔다. 이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이번 일이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한다기보다는 이 일이 아직 남아있는 우리의 비민주적인 요소들을 종식 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에서 20만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가운데 한국의 10대∼20대 등 소위 'Z세대'들은 윗세대에 비해 이번 일에 관심이 덜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열린 전국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 참여한 대부분이 50대 이상이었다면서 젊은 세대들은 비교적 이러한 정치적 논쟁에 지쳐있으며 당면한 집값 문제 등에 더 관심이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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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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