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믿고 왔다 문 닫을 판"…예산시장 미친 임대료 논란
“주변 점포는 30만원이라는 데 (저희 가게를 비롯해) 몇 곳은 매달 200만원을 내고 있답니다. 아직은 그럭저럭 지내고 있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충남 예산군 예산상설시장에서 만난 상인 A씨의 하소연이다. 지난해 여름 입주한 그는 1년 새 임대료가 50만원 넘게 올랐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은 높은 임대료 때문에 아예 점포를 시장 밖으로 옮겼다고 한다. A씨는 “개인 간 거래를 통해 계약했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마음에 가게를 접을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백종원 매직'으로 전국적 명성을 얻은 충남 예산시장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논란에 휩싸였다. 시장 인기에 편승해 상가 임대료가 크게 오르면서 상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심 낙후지역이 활성화하면서 외부인이 유입되고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원주민이나 기존 상인이 밀려나는 현상을 뜻한다.
상인들은 “여기(예산시장)에 온 이유는 오직 백종원 대표 때문이다. 그가 추구하는 영업 전략에 따라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하고 서비스에도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월세가 계속 오르게 되면 결국 음식 가격이나 상태(질)가 영향을 받게 되는 데 그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시골 평범한 장터에 불과하던 예산시장이 하루아침에 전국에서 주목을 받은 건 외식업계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 덕분이다. 충남 예산이 고향인 그는 “시장을 살려보겠다”며 상인과 손을 잡고 리모델링을 추진, 매년 350만명이 찾는 명소를 만들었다. 그는 인근 삽교읍에 곱창특화거리를 조성하고 맥주 페스티벌을 여는 등 고향 예산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처럼 예산시장 역시 젠트리피케이션 영향을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조짐이 맨 처음 나타난 건 지난해 4월이다. 당시 백종원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했다. 예산군도 지난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간담회를 열고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에 신경을 써 달라”고 당부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백종원 대표 "통째로 놔두고 나갈 수 있다" 경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백종원 대표는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에서 “저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진절머리가 나는 사람”이라며 “통째로 시장을 놔두고 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영상에는 최근 일부 상가 임대료가 터무니없이 오르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백종원 대표는 “다시 한번 경고 아닌 경고를 한다. 말도 안 되는 부동산 투기꾼들이 붙어서 땅값(임대료)이 들썩거리면 저희는 안 들어간다”며 “미래 성장을 보고 시작한 사업으로 돈을 벌자고 시작한 게 아니다. 다 같이 그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상인들 "임대료 상승에 고객 발길 돌릴까 걱정"
충남 예산시장처럼 갑자기 유명해진 지역은 고객이 밀려든다. 이에 공급(점포)은 제한적인데 수요(손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덩달아 임대료가 급등한다. 임대료 상승은 음식이나 제품 가격에 반영되고 결국 고객은 발길을 돌리게 된다. 하지만 개인적인 거래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여하기도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서울 경리단길과 신사동 가로수길 등을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 사례로 꼽고 있다. 상인들은 예산시장 임대료 상승이 지속하면 점포 문을 닫거나 다른 상인에게 넘기고 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관할 기관인 예산군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건물주와 입주하는 상인 간 거래에 자치단체가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일한 면적의 점포 임대료를 건물주가 임의대로 각각 30만원, 200만원을 받는다고 해도 딱히 제재할 방법도 없다.
예산군 관계자는 “며칠 전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임대료로 점포당 150만원 정도 받는 사례가 있었다”며 “어렵게 활성화한 예산시장이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군(郡) 차원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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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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