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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섭의 한반도평화워치] 트럼프식 거래 활용,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아내야

한용섭 국제안보교류협회 회장·전 국방대 부총장
21세기의 불사조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귀환했다. 지난 5일 실시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뒤 세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이다. 트럼프는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한 ‘트럼피즘’을 신속히 실현하려 참모진을 충성파들로 구성 중이다.

트럼프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일부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한·미 핵협의그룹(NCG), 방위비 분담금,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2001년 등장한 공화당의 부시 행정부의 정책이 전임 클린턴 행정부와 180도 달랐고, 트럼프 1기도 출범 직후부터 전임 오바마 행정부와 다른 길을 걸었다. 따라서 트럼프 2기도 취임 직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모두 바꿀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정책과 태도를 돌아보고, 이번 선거 과정에서 내걸었던 공약을 뜯어봐야 현명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의 귀환
기존 합의 무시하고 공세 예상
트럼프 1기 때 정책 복기하고
뭘 주고받을지 미리 고민해야

우크라이나 종전의 복잡한 셈법
차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은 가장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거운동을 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발생한 전쟁 중에서 6·25전쟁과 베트남 전쟁은 미국의 민주당 정권 때 시작해 공화당 정부가 끝냈다.

트럼프 진영은 러시아가 점령한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아, 헤르손 4개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는 수준에서 종전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다. 또 푸틴 대통령이 요구하는 전후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포기 주장을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휴전에 반대할 경우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압박에 나설 수도 있다.

젤렌스키는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든지, 나토 가입을 통해 미래의 독립과 안보를 보장받지 않는 한 휴전에 동의하기 힘들 것이다. 유럽 연합(EU)이나 상당수의 나토 국가들은 러시아의 영토 확장 위험을 그대로 둔 채 휴전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는 어떤 형태로든 전쟁의 종식을 추구하겠지만, 러시아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할 경우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반발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트럼프, 북한과 직거래 나서나
트럼프는 북한을 향해서도 직거래를 예고했다. 그는 선거 운동을 하며 “핵을 가진 김정은과 사이가 좋다”거나 “과거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전쟁 위협을 막았다”고 과시했다. 그런데 2018년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2025년은 차이점이 너무 많다. 김정은이 건재한 상황에서 대화 파트너였던 트럼프가 다시 집권했지만, 북·러는 동맹 수준으로 밀착한 상황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병력과 무기를 지원했고, 러시아와 핵 동맹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하며 첨단 군사 기술 교류 우려까지 나온다.

김정은은 하노이에서 트럼프에게 자존심을 크게 상했다. 트럼프 측은 북한과 대화를 위한 시도를 한다는 입장이지만, 김정은은 지난 21일 “미국과 협상을 했지만 확인된 것은 미국의 침략적·적대적 정책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일단 당장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김정은이 언제 입장을 바꿔 미국과 대화에 나설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북한의 핵 문제는 우리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는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트럼프 당선인 측은 힘에 의한 평화를 내걸었다. 일종의 교집합이 조성된 셈이다. 일본도 북핵을 최고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일은 지난 북·미 정상회담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미국이 북한과 직거래를 할 경우 얻어 내야 할 공동 목표를 사전에 제시하고 조율하는 게 필요하다.

한·미 동맹의 핫 이슈, 방위비 분담금
이태우 외교부방위비분담협상대표와 린다 스펙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10월 4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기념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미가 지난달 합의한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한 트럼프의 입장은 한·미 동맹의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물러가는 바이든 정부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타결했다.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보다 8.3% 인상한 1조 5192억 원으로 합의하고, 향후 물가 상승률과 연동해 분담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선거 기간 중 한국을 ‘현금지급기’로 칭하며 방위비 분담금의 재협상을 통한 대폭 인상을 예고했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10배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방위비 인상에 자존심을 걸고 있다. 트럼프 2기는 한·미가 이미 서명한 방위비 분담금 합의를 백지화하고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한국은 기존 합의를 내세울 게 아니라 방위비 재협상 때 무엇을 반대급부로 챙길 것인지 지금부터 고민하는 게 현명하다.

가장 시급한 건 현실로 다가온 북한의 핵 위협 대비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미국이 보유한 정찰위성-핵 지휘 통제 체계-미사일 방어 능력을 한국군과 연동해 활용하는 방안을 관철해야 한다.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키홀(Key-Hole) 정찰위성으로 1㎝ 해상도로 촬영한 핵 시설 5곳을 보여주며 모든 핵 시설 리스트를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한국은 킬체인·미사일방어체계·대량응징보복 등 3축 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북한의 동태를 365일 24시간 정찰하고 감시할 군사 위성 능력이 아직은 없다. 한국이 능력을 갖출 때까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미국의 정찰 자산과 핵지휘 통제, 미사일 방어 능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조선 협력을 주문했다는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한국의 조선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이 최근 함정을 대거 건조하며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400척의 함정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럼프가 먼저 조선 협력을 위한 러브콜을 보낸 점을 고려하면 이 분야의 협력은 우리에겐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다. 한국군의 핵잠수함 보유 등 전력 강화로 이어갈 수 있는 윈-윈 방식이 될 수 있다. 트럼프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동맹국 한국에 대한 수호 의지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줄 건 주고, 받을 건 챙기는 주고받기식 협상에 빨리 익숙해져야 한다.

한용섭 국제안보교류협회 회장·전 국방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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