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주의 뉴스터치] 습설(濕雪)의 역습
쓰러진 나무에, 무너진 차고지에 사람이 깔려 숨졌다. 골프연습장이 주저앉고, 도로에선 53중 추돌 사고도 발생했다. 27∼28일 이틀 동안 서울ㆍ수도권이 기록적인 폭설에 떨었다. 27일 서울에 내린 눈은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래 117년 만에 11월 최고치였다.
이번 폭설의 근본적 원인은 기후변화다. 북극 지역의 이상 고온으로 인해 대기 상층 기류에 이상 현상이 생기면서 서해로 찬 바람이 내려왔다. 서해의 해수면 온도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섭씨 1∼3도 높아졌다. 이 두 현상이 결합했다. 대기의 찬 공기가 바다의 많은 수증기를 머금어 거대한 눈 구름대를 만들었다. 해양 온도가 1도 이상 높아지면 대기의 수증기를 7%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 여름날 이상 폭우처럼 겨울에도 폭설 규모가 커질 조건이 된 것이다.
여기에 구름층 기온이 영하 10도에서 0도 사이에 머무르면서 습기를 많이 머금은 눈이 만들어졌다. ‘눈발이 잘면 춥고 눈발이 크면 따뜻해진다’라는 속담처럼 한파를 동반했다면 이번 눈은 건설(乾雪ㆍ마른 눈)이었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습설(濕雪)은 수분량이 많아 건설보다 2∼3배 무겁다. 1㎡에 면적에 눈이 1m 쌓이면 무게가 300㎏ 정도 나간다. 지붕이나 비닐하우스에 쌓이면 더 빨리 치워야 하는 이유다. 이 눈은 잘 뭉치기 때문에 제설작업도 쉽지 않다. 기상청은 지난 겨울부터 ‘무거운 눈이 내리겠다’라는 식으로 습설 여부를 예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피해가 발생했다. 물론 예보도 없는 정치권의 불안정함이 주는 민폐는 기록적인 습설의 영향을 한참 뛰어넘지만.
문병주(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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