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해리스 찍은 가족만 모인다…美명절밥상 이 얘기 금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로사에 사는 엘리 코헨(81)은 27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프레스데모크라트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35명 이상이 모인 대규모 추수감사절 모임을 가졌지만 올해는 일부러 정치적 견해가 같은 가족들만 추려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원인 코헨은 정치적 관점이 다른 친지가 만찬 초대를 요청해 올 경우 어떻게 재치 있게 대처할지도 미리 생각해뒀다고 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뿔뿔이 흩어진 가족과 친지가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칠면조 요리와 파이를 함께 먹으며 정을 나누는 최대 명절로 ‘미국판 추석’에 해당한다. 그런 추수감사절에 정치 얘기가 식탁에 오르는 것은 이제 금기시되다시피 했다. 정치적 스펙트럼이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끼리 다툼이 생겨 불화로 이어지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미 언론에서는 ‘미국의 가족이 정치적으로 갈라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선 이후 가족 내 양극화 심화’ 22%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직계 가족들만 추수감사절 만찬에 부르기로 한 엘리 코헨처럼 명절 식탁을 함께할 사람들이 같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묶이는 현상도 포착됐다. 해리스를 찍은 사람은 같은 후보를 찍은 사람들과 모임을 함께할 것이라는 응답이 46%였고, 트럼프를 찍은 사람과 함께할 거라는 비율은 8%에 그쳤다. 양쪽 후보 누구를 찍었든 함께할 거라는 비율은 24%였다.
트럼프를 찍은 응답자 역시 같은 후보를 찍은 사람과 모임을 함께하겠다는 응답이 42%였고, 해리스를 찍은 사람과 함께할 거라는 답변은 4%뿐이었다. 양쪽 후보 누구를 찍었든 함께하겠다는 답변율은 31%였다.
올해 추수감사절에 특별히 감사함을 느끼는 대상에 대한 질문에는 가족ㆍ친구가 79%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건강(71%), 자유(58%), 신앙(49%), 평화(4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정치를 꼽은 사람은 16%로 가장 낮았다.
“감정 고조되면 심호흡, 경청해야”
작가이자 심리 치료사인 폴 호케마이어는 “추수감사절 기간 정치 토크를 아예 금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그럼에도 정치를 주제로 한 이야기가 나오면 ‘선을 넘는 발언을 한 사람은 밖에서 15분간 열을 식히고 들어온다’ 등 사전에 동의된 룰을 정하고, 무엇보다 먼저 판단하지 않으며 말하기보다 듣기를 더 많이 하려는 태도가 좋다”고 LA데일리뉴스에 조언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