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손'도 5분 만에 '여신 머리' 만든다…한국 홀린 혁신 비결 [비크닉]
브랜드에도 걸음걸이가 있다고 하죠. 이미지와 로고로 구성된 어떤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각인되기까지, 브랜드는 치열하게 ‘자기다움’을 직조합니다. 덕분에 브랜드는 선택하는 것만으로 취향이나 개성을 표현하고, 욕망을 반영하며, 가치관을 담을 수 있는 기호가 됐죠. 비크닉이 오늘날 중요한 소비 기호가 된 브랜드를 탐구합니다.
굵은 웨이브에 찰랑거리는 긴 머리-. 연예인 화보에 나올 법한 '여신 머리'가 이젠 미용실에 가지 않고도 몇 분 만에 집에서 완성됩니다. 셀프로 헤어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 헤어 디바이스 시장이 성장했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새 역사를 쓴 건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글로벌 가전 기업 다이슨입니다. 단순히 머리를 말리는 목적만이 아닌, 열 손상으로 모발을 보호하면서도 효과적인 스타일링을 돕는 제품을 선보이면서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등장했기 때문이죠.
지난 2016년 자사의 첫 헤어드라이어 제품인 ‘슈퍼소닉’을 출시한 다이슨은 2년 뒤 고데기와 헤어드라이어를 결합한 '에어랩'을 선보입니다. 머리카락을 갖다 대기만 해도 자동으로 머리가 말려 손쉽게 웨이브를 만들 수 있게 한 에어랩을 두고 SNS에서는 ‘5분 만에 여신 머리 만들기’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은 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일상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기술’이라는 다이슨의 철학이 헤어 기기에서도 제대로 먹힌 것이죠.
그렇게 다이슨은 국내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서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기 시작합니다. 모든 프리미엄 시장이 그렇듯, 한 대당 50만~70만 원대의 고가임에도 고객 반응은 뜨거웠어요. 에어랩 출시 3년 만이었던 2021년, 다이슨코리아의 연 매출은 전년 대비 40% 넘게 늘어난 5527억원을 기록했어요. 그 인기에 힘입어 지난 2022년 다이슨은 기술력을 높인 ‘에어랩 멀티 스타일러’를 출시했고,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업데이트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답니다. 이처럼 혁신은 새로운 시장을 뚫고 절대 강자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필수 조건일까요. 오늘 비크닉은 다이슨의 에어랩이 헤어 스타일러 시장에서 스테디셀러 자리를 유지한 비결과 스토리를 알아볼게요.
“머릿결 손상 줄이자” 혁신에 ‘진심’…한국 홀린 비결
갖다 대기만 해도 머리카락이 말리는 기술은 실제 접해 보면 참 신기합니다. 이것은 다이슨의 핵심 기술력인 ‘코안다 효과'를 접목한 것으로, 물체의 표면에 고속의 바람이 닿으면 물체의 곡면을 따라 바람이 밀착되어 흐르는 ‘유체 역학 현상’을 뜻합니다. 이를 헤어 스타일러에 접목한 건 다이슨이 업계 최초라고 알려져 있어요.
다이슨 공기역학팀은 코안다 효과를 활용해 모발이 배럴에 스스로 감기게 했고, 손쉽고 매끄러운 스타일링을 가능하게 만들었어요. 여기에 직접적인 열이 아닌 공기 흐름으로 스타일링을 완성하는 ‘지능형 열 제어 시스템’을 더했죠. 모발에 직접 닿는 타제품과 달리 강력한 공기 흐름만으로 머리를 건조하고 스타일링을 할 수 있게 한 겁니다.
다이슨의 기술 혁신에 대한 집착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요. 지난 3월 ‘두피 보호 모드’를 제공하는 지능형 센서가 부착된 ‘슈퍼소닉 뉴럴 헤어드라이어’를 출시했어요. 이 제품 출시 행사에서 다이슨의 창업자 겸 수석 엔지니어인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은 “우리는 헤어케어의 미래에 5억 파운드(약 885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며 “특히 무엇이 모발을 끊어지게 만들고 윤기를 극대화하는지, 무엇이 두피의 깨끗하고 촉촉하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어요.
‘똥손’도 쉽게 스타일링...앱 연동형 기기 써보니
다이슨은 최근 본격적인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섰어요. 혁신에 혁신을 더하는 방식으로요. 그 일환으로 자사 최초의 앱 연동형 스마트 헤어 스타일러 ‘다이슨 에어랩 i.d™ 멀티 스타일러 앤 드라이어’를 지난 9월 국내 정식 출시했어요. 무선 블루투스 기술을 탑재한 헤어 디바이스로, 앱과 연동해 개인별로 최적화된 ‘맞춤형 스타일링’을 제안하겠다는 복안입니다.
평소 셀프 헤어 스타일링을 못 해 ‘똥손’으로 불리던 제가 직접 한번 써보았어요. 첫 단계는 ‘마이 다이슨’ 앱을 켜고 헤어 디바이스와 앱 페어링. 그리고 총 6종의 ‘멀티 스타일러 앤 드라이어 스타일링 툴’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 머리와 관련된 기본 정보를 입력하는 헤어 프로필을 설정했어요. 모발 유형(반곱슬)과 길이(긴 머리) 및 모발 두께(굵음), 모발의 스타일 유지력(약간 유지됨), 나의 스타일링 스킬 수준(초보) 등을 입력해 ‘맞춤형 컬 모드’를 활성화했어요.
제가 설정한 프로필에 맞게 튜토리얼이 시작됐어요. 앱에서 지시한 대로 패스트 드라이어를 활용해 모발의 80% 정도를 건조했어요. 이어 앱은 이번 신제품에 새롭게 추가된 스타일링 툴을 사용해보길 권장했어요.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의 원뿔 구조로 된 ‘콘 배럴’인데요. 이것을 장착한 뒤 앱에서 설정한 대로 바람 속도와 온도 단계를 설정했어요. 머리카락을 잡고 모발이 콘 배럴을 감싸도록 유인한 후 모발 뿌리 끝까지 밀착해 볼륨을 넣어주니 선명한 컬이 만들어졌어요.
새로 나온 제품은 시간 단축도 눈에 띕니다. 기존에는 젖은 긴 머리를 말리고 스타일링하기까지 1시간이 소요됐다면, 이를 반 이상으로 줄이는 효과를 봤어요. 최적화된 컬 루틴을 자동으로 생성해 모발을 감아주고 스타일링하고, 차가운 바람을 쐬는 ‘콜드샷’으로 마무리하는 단계별 시간이 자동으로 세팅됐어요. 다이슨 관계자는 “다양한 소비자들의 스타일링 니즈와 모발을 파악하고 맞춤형 툴을 개발해낸 결과”라고 말했어요.
사실 다이슨 제품의 기능을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사용하지 않아도 탐내는 이들이 많습니다. 바로 디자인과 소재, 색상이 남다르기 때문이죠. 다이슨은 지난 2017년 색상·소재·마감(CMF)팀을 신설한 뒤로 제품의 색상과 마감재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이어오고 있어요.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독창적인 컬러를 반영한 기프트 에디션을 내놓기도 하고요. 올 연말에는 빨간색·복숭아색·주황색 등 여러 빛깔이 어우러져 오묘한 분홍빛을 띠는 ‘스트로베리 브론즈 & 블러시 핑크’ 한정판 기프트 에디션을 선보였어요.
이번 한정판 에디션은 다이슨 에어랩 i.d™ 멀티 스타일러 앤 드라이어에요. 다이슨 슈퍼소닉 뉴럴 헤어드라이어, 다이슨 에어스트레이트스트레이트너 등 주요 헤어 기기 3종으로 구성됐어요. 이들 기기에 적용된 색상은 다이슨의 영국 친환경 유리 온실 농장에서 재배되는 딸기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고 해요. 특별한 컬러 콘셉트 스토리가 더해지니 연말 선물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제법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어요.
다이슨은 앞으로도 혁신을 위해 끊임없는 연구 및 개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에요. 기능성과 디자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식으로요. 시장조사기관 데이터브릿지에 따르면 전 세계 홈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지난 2022년 425억 달러(약 57조원)에서 오는 2030년 1769억 달러(약 239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에요. 연평균 성장률만 20%에 달해요. 셀프 헤어케어와 모발 건강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늘어난 만큼, 홈뷰티 디바이스 업계에서 ‘제2의 다이슨’은 누가 될지 같이 지켜봐야겠어요.
김세린(kim.se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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