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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만에 매출 2배 뛰었다…구청이 만든 '김밥집' 인기 비결

구청이 만들고, 어르신들이 일하는 김밥 가게가 있다. 얼핏 손님이 많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미김밥 서대문시니어점 얘기다. 매장은 서울 서대문구청 정문 맞은 편에 있다. 가게 면적은 36.36㎡. 열평이 조금 넘는 공간에 4인용 테이블 3개와 바 테이블 두 자리를 갖춘 작은 김밥집이다. 지난 4월 문을 열었다.
영미김밥 서대문시니어점에서 어르신들이 김밥을 만드는 모습. 노인 일자리 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 4월 문을 연 이곳은 최근 꾸준히 매출이 늘면서 어르신 22명을 고용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월 50만원~126만원가량을 월급으로 받고 있다. 사진 서대문구

김밥집은 서대문구가 주도해 만들었다. 노인 일자리 사업 확대를 위해 고민하던 중 탄생했다. ‘김밥가게를 통한 일자리 창출’ 아이디어를 내 서울시의 예산 지원(9000만원)도 받았다.

김밥집 운영은 서대문 시니어 클럽이 맡았다. 가장 고민한 것은 맛과 경쟁력. 그중에서도 경쟁력의 핵심인 맛이 없다면 여느 노인 일자리 사업처럼 별다른 성과 없이 사라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서대문구청은 관내 유명 김밥집들에 도움을 구했다. 이 요청에 신촌 지역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영미김밥 본점이 화답했다. 덕분에 영미김밥 서대문시니어점의 주방에서 일하는 어르신 11명은 전원 영미김밥 본점에서 음식 비법을 전수받았다.

서대문시니어점에서는 영미김밥과 킹새우김밥, 라면 등 7가지 음식을 판다. 가격은 신촌 본점과 동일하게 정했다. 덕분에 구청 인근 다른 김밥 전문점보다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고 한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23일 “노인 일자리 만들기라는 취지에 공감해준 인근 상인들 덕에 큰 불협화음 없이 꾸준히 매출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어르신들 월 50만원~126만원 월급받아
이성헌 서울 서대문구청장(왼쪽 둘째)이 영미김밥 서대문시니어점 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서울 서대문구는 시장 경쟁력이 있는 노인 일자리를 지속해서 만들어간다는 목표다. 사진 서대문구
실제 개점 초 하루 30만원 선이던 서대문시니어점의 매출은 최근에는 하루 60만원대로 두 배가 됐다. 이곳에서만 하루 평균 150줄 넘는 김밥이 팔린다. 손님이 꾸준히 늘면서 개점 초기 11명이던 어르신 직원 수는 주방 근무자와 홀 근무자 등을 합쳐 22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3교대(매니저는 2교대)로 하루 3~5시간씩 일하며 월 50만원~126만원가량을 번다. 홀 근무자 등에는 4대 보험과 주휴수당까지 주어진다. 이곳 직원인 김귀순 어르신은 “김밥 간 맞추는 것과 김밥 마는 데에 자신감이 생겼으며 맛도 좋다”라며 “남편도 일하는 것을 흔쾌히 응원해주고 있다. 책임감을 갖고 오래도록 정성껏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영미김밥 서대문시니어점을 시작으로, 시장 경쟁에서 충분히 통할 만한 노인 일자리를 꾸준히 늘려가겠다는 목표다. 퍼주기식 어르신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생각에서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아무리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도 수익이 나는 것이 중요한데, 어르신들의 손맛이 좋아 영미김밥 서대문시니어점은 순조롭게 영업 중”이라며 “고령화 시대를 맞아 어르신들의 노후를 지원하는 동시에 사회에서 일하는 기쁨을 드릴 수 있는 ‘일거양득’형 일자리를 지속해서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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