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도 "엿먹어라"…엑스 대탈출 수천만명 여기 짐 푼다
1초당 4.96명. 21일(한국시간) 자정 12분 기준 SNS 플랫폼 ‘블루스카이’(Bluesky)의 신규 회원 가입 속도다. 서비스 출범 9개월 만인 이날엔 가입자 2000만명을 돌파했다.엑스(옛 트위터)의 대항마로 떠오른 블루스카이의 선풍적인 인기 배경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엑스를 이탈한 이들의 유입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되자 ‘엑스 엑소더스(대탈출)’ 현상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지난달 말 약 1300만명이던 블루스카이의 가입자는 이달 들어 700만명으로 늘어났다. 반면 대선 다음 날인 지난 6일 총 11만 5414개의 엑스 계정이 비활성화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엑스를 인수한 이후 가장 많은 이용자가 떠난 것이라고 미 NBC가 전했다.
유명 인사들의 이탈도 잇따랐다. 미국의 유명 작가 스티븐 킹은 지난 15일 엑스 계정을 통해 “남으려 했지만, 여기는 너무 독하다(too toxic)”면서 탈퇴를 선언했다. 앞서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를 자신의 공포소설보다 더 무섭다고 우려한 바 있다.
킹은 지난 2022년 10월 엑스 이용자에 인증 유지 비용으로 20달러(약 2만8000원)를 부과하는 머스크의 결정에 “엿이나 먹어라”는 글을 남긴 적도 있다. 미국 가수 리조, 영국 가수 엘튼 존, 미국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와 미아 패로, 우피 골드버그, 전 CNN 방송 앵커인 돈 레몬 등도 엑스를 떠났다.
몇몇 미디어들도 엑스 계정을 정지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4일 약 27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80여개의 엑스 계정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지역일간지 라방가르디아도 엑스 계정의 중단을 선언했다.
외신은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과 상당한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엑스 소유주인 머스크가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급기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지명된 데 자극받아 발생한 ‘엑소더스’라는 해석이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연구하는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 섀넌 맥그레거는 지난 12일 뉴욕타임스(NYT)에 “대선 결과에 실망한 사람들이 엑스를 머스크의 트럼프 지지와 연관 짓기 시작했다”며 “(엑스에서) 대다수 사람이 매일 접하고 싶지 않은 극우, 백인우월주의, 음모론 게시물로 가득한 타임라인을 보게 됐다”고 이탈 이유를 설명했다.
머스크 인수 이후 엑스 불만 고조
머스크는 지난 2022년 당시 트위터를 인수한 뒤 상징 로고인 ‘파랑새’를 없애고 이름을 ‘엑스’로 바꾸는 등 탈바꿈에 나섰다. 이후 인증 유지 유료 전환, 하루 열람 게시물 수 제한, 차단 기능 축소, 온라인 검색 통한 게시물 접근 통로 제한 등 정책을 내세워 이용자들의 불만을 샀다. 지난 6월 엑스에 성인 콘텐트 게시와 공유를 공식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혀 음란물 범람에 대한 우려도 낳았다. 지난 15일엔 엑스 게시물이 인공지능(AI) 학습에 쓰인다는 공지도 나와 논란이 됐다.
이런 논란 탓에 엑스에 반감을 품은 이용자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이사 중'이란 해석이다. 특히 블루스카이는 2019년 엑스 전신인 트위터에서 사내 프로젝트로 시작된 만큼, 엑스와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엑스를 이탈한 이용자들이 적응하기 쉽다는 점에서 대안이 되고 있다. 엑스와 달리 광고나 감염봇이 없다는 강점도 있다.
블루스카이는 잭 도시 전 트위터 공동창업자가 재임 당시 진행했던 트위터 내부 프로젝트로, 도시는 지난 2021년 별도 회사 분리 절차를 거친 뒤 지난 2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만 엑스는 여전히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모바일 시장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에 따르면 엑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는 약 3억1000만명에 달한다. 경쟁사인 스레드 사용자 수는 2억7500만명이다. 이와 관련 포브스는 “엑스의 문화적인 힘이 줄어들고 있지만,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며 “블루스카이가 차세대 트위터인지, 새로운 정체성을 개척할 지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지혜(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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