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당의 상법 개정안 우려, 한목소리 낸 대표 기업들
이사 의무 확대 조항…소송 남발, 투기자본에만 이득
소액주주 보호는 필요, 배임죄 완화도 함께 논의해야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및 공평 대우의 의무가 추가됐다. 여기에 주식 1주당 의결권을 이사 선출 인원만큼 곱한 뒤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도 포함됐다. 소액주주를 위한다지만, 실제로는 이사들을 대상으로 한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만 부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민주당식 상법 개정을 하면 30대 상장기업 중 8곳의 이사회가 외국계 기관투자가 연합에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미 칼 아이칸 등 몇몇 해외 자본이 경영권 장악 시도를 했다가 막대한 차액을 챙겨 떠난 사례도 있다.
쪼개기 상장이나 합병 비율 문제로 투자자 불만이 커졌다는 점에서 대주주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 전반에 영향을 주는 상법보다는 주로 상장사를 대상으로 하는 자본시장법을 고쳐 규율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이 기회에 기업을 위축시키는 법 개정도 추진해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기업의 배임죄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도 기업 활동 지원을 위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사장단의 언급대로 한국 기업엔 이미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포스코가 45년 넘게 가동한 포항제철소 1선재 공장을 폐쇄했다. 석유화학 업계도 어렵다. 롯데그룹은 계열사의 자금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어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 자료까지 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으로 경제에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수출품에 고율 관세가 붙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부담을 가중하는 입법은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주주 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경쟁력 확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허한 말이 될 뿐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규제 개선에 나서고, 인공지능(AI) 같은 선도 분야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기업도 신사업 발굴과 일자리 창출, 혁신을 통한 성장성 개선, 주주 가치 제고와 소통 강화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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