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렁주렁 핵탄두 탑재?…푸틴이 쏜 신형미사일 '개암' 정체는
전문가 "사정거리보다 핵탄두 장착 가능성에 주목해야"
전문가 "사정거리보다 핵탄두 장착 가능성에 주목해야"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한 신형 미사일이 1천 일 넘게 지속되고 있는 전쟁의 긴장감을 한층 더 고조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장거리 미사일인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 및 영국산 스톰섀도로 국경 너머를 공격하자, 러시아는 곧바로 핵탄두 장착도 가능한 신형 무기로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러시아가 사용한 미사일은 영어 약자로 'MIRV'라 불리는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체'다.
하나의 미사일 동체에 실려 발사된 여러 개의 탄두가 각기 개별적인 목표를 향하면서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기술은 냉전 시절 개발됐다.
미사일 1개로 여러 발을 쏜 효과를 낼 수 있는 MIRV는 미국의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Ⅲ가 효시다.
다만 '오레니시크'(개암)라는 이름이 붙은 이 러시아의 미사일은 최신식 기술이 적용된 개량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암은 도토리나 밤과 비슷한 견과류의 일종으로, 가지 끝에 여러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는 게 특징이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 후 대국민 연설에서 '오레니시크'를 직접 언급하면서 "초속 2.5∼3㎞인 마하 10의 속도로 목표물을 공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현재 이런 무기에 대응할 수단은 없다. 전 세계에 있는 최신 방공 시스템과 미국·유럽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도 이런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황에 따라 MIRV를 추가로 발사할 수 있다는 위협도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신형 MIRV 시험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슬로 핵프로젝트(ONP)의 파비안 호프만 연구원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MIRV에 핵탄두가 장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초 알려진 대로 러시아가 ICBM을 발사한 것은 아니지만, 훨씬 더 위험한 무기를 실험했다는 것이다.
이날 러시아는 핵탄두를 장착하지 않고 MIRV를 날렸지만, 향후 핵탄두 장착 가능성까지 경고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파비안 연구원은 "러시아가 MIRV를 선택한 이유와 목적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엔도 러시아의 MIRV 발사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또다시 걱정스러운 사태가 발생했다"며 "전쟁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밝혔다.
kom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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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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