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상찮은 IMF의 경고, 규제 개혁 적극 나서야 할 때
내년 한국 성장률 2%로 낮춰…“하방 리스크 더 커”
규제 없애는 게 감세, ‘자유’ 외쳤던 정부 속도 내야
IMF는 통화정책의 점진적인 정상화와 장기적인 지출 압력에 대응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건전재정 기조를 주문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천천히 하고, 야당이 주장하는 경기 보강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은 나라 곳간의 사정을 봐가며 하라는 얘기다. 당장 경기를 살리기 위한 재정·통화정책에 큰 기대를 걸지 말라는 조언이기도 하다.
금리 인하로 가계빚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필요하면 추가적인 건전성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는 대목도 있었다. 3분기 말 가계부채는 1900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IMF의 지적처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범위 확대 등 필요한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
IMF는 국내외 환경 변화에 회복력 있게 대응하기 위해선 “강력한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책 우선순위로 혁신 강화, 공급망 다변화, 서비스 수출 촉진 등을 거론했다. 하지만 어제 보도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공계 석박사 인력이 매년 4만 명 부족하다고 분석됐다.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인재 확보에 총력이지만 AI 분야 전공자는 국내에서 배출되는 이공계 박사의 6%뿐이라고 한다. IMF는 혁신 강화가 최우선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혁신 연구개발(R&D)의 최전선이 무너지고 있다. 이러고도 우리 경제의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을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중장기 경제 개혁이 중요하다는 지적은 IMF의 단골 메뉴다. 답은 뻔히 알고 있지만 별 진전이 없는 해묵은 과제들이다. 지금처럼 당장 쓸 수 있는 거시정책 수단이 없을 때일수록 규제 개혁이 더 간절하다. 규제는 ‘보이지 않는 세금’이다. 규제를 없애는 것 자체가 감세 정책이자 경기 부양 정책이다.
트럼프가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발탁한 일론 머스크는 예전에 “(소인국에 간) 걸리버처럼 수천 개의 작은 줄에 묶여 눕혀진 채 규제 하나에 한 번씩 우리는 자유를 잃고 있다”고 썼다.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에 진저리를 쳤던 머스크의 미국은 규제와의 전쟁에 나섰다. 자유를 그토록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에서 규제 개혁이 얼마나 진전될지 많은 이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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