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트럼프노믹스가 촉발한 ‘3고·3저 쓰나미’
이 때문에 미국 달러화는 주요국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06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나 보던 현상이고, 미국 Fed의 금리 인상이 한창이던 2022년 9월 이후 처음이다.
3고 쓰나미보다 더 무서운 ‘3저(低)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저주가·저수출·저성장이 그것이다. 우선 당장 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코스피(KOSPI)는 트럼프 당선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한국 주가가 관세 폭탄의 직격탄을 맞을 거라는 중국뿐 아니라 일본·대만 주가보다 더 많이 빠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은 전체 수출의 18%를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중국으로 가는 한국의 중간재 수출 감소뿐 아니라 중국 내수경제 위축에 따른 한국의 소비재 수출도 위축될 것이다.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성장률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 한국개발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석 달 전의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내렸다. 아울러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내려 잡았다. 이런 전망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율 인상이 2026년에나 시행될 거라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2기는 1기와 달리 취임과 동시에 무더기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시작될 것이다. 관세 폭탄도 내년에 당장 터질 것이다. 한국경제는 KDI 전망보다 훨씬 심각한 경기 불황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3고 쓰나미와 3저 쓰나미는 트럼프노믹스(Trumpnomics)가 촉발했지만 이것이 근본 원인은 아니다. 근본 원인은 한국경제가 ‘빚으로 지은 집’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은 2~3배 폭등했다. 2022년 후반 들어 집값이 좀 내려가는 듯하자 윤석열 정부는 각종 정책 대출을 내놓으며 집값을 끌어올렸다.
이 바람에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올해 들어 다시 크게 뛰었고 가계부채도 덩달아 급증했다. 가계 자산의 79%가 부동산에 묶여있고, 가계 부채는 가처분소득의 149%나 된다. 올해 신규 가계 부채의 80%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다. 빚이 너무 많아 소비 여력이 약하고, 가계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에 몰려 있어서 주식에 투자할 여력이 작다. 이 때문에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투자를 할 수 없으니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집값이 많이 올라 주거 사다리가 사실상 끊어진 상태에서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힘들어한다.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인 인구 고령화도 성장잠재력을 낮추는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경제를 사람에 비유하면 조로증에 고혈압·콜레스테롤까지 있는 당뇨 합병증에 걸린 심각한 위기 상태다. 정부는 위기를 인정하고 정책을 대전환해야 한다. 부동산 거품을 빼고, 가계 부채를 줄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가 늘고, 주가 밸류업이 가능하다. 그래야 투자도 늘고, 좋은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미국처럼 한국도 첨단기업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해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그래야 출산율이 올라가고 인구 고령화 속도도 늦춰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어려울 때일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현훈 강원대 국제무역학과 교수·제4의길연구소 대표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