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석 달 전과 달랐던 것
하지만 그보다 더 눈에 띄는 차이는 에어매트의 역할이었다. 부천 화재 사망자 중 2명은 에어매트 위로 낙하했는데 매트가 뒤집히면서 숨졌다. 이후 국정감사 등에서 당시 사용됐던 에어매트가 들여온 지 약 18년 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강원 정선·강릉, 충북 진천 등에서도 도입한 지 20년 안팎의 매트를 사용하고 있었다. 보통 에어매트 사용 연한은 7년으로 보지만, 연장에 관한 법령상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이때문에 1년마다 심의회를 열어 계속 연장하며 사용해왔다.
지적이 잇따르자 소방 당국은 에어매트 전개 훈련을 강화하고 전국 소방기관의 매트들을 점검했다. 이번 화재에 투입된 안산소방서도 한 달에 두 번씩 실전 훈련을 했다고 한다. 소방청은 전국에 연한을 넘긴 에어매트가 약 490개에 달한다며 전량 교체하겠다는 방침을 뒤늦게 내놨다.
어떤 일의 우연성과 우발성을 강조할 때 “교통사고 같은 일이었다”는 말을 흔히 쓴다. 모든 사고는 불의(不意)일까.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사고는 없다(There Are No Accidents)』의 저자 제시 싱어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20세기 초부터 일어난 대형 사고들을 분석하면서 내재해있던 사회 시스템의 허점을 지적한다. 사고라고 불리는 일 대부분이 예측·예방할 수 있던 일이라는 취지다.
취재를 하다 보면 국내에서도 기본 훈련과 점검, 매뉴얼 마련으로 막을 수 있는 안타까운 재난이 종종 일어난다. 더 이상 사고란 말 뒤에 숨어 위험을 방치하지 않도록 경각심이 필요한 때다.
김선미(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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