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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10곳서 "못 걷는다"던 아이…휠체어 박차고 일어났다

한율이와 엄마 김아인 씨는 지난 8~11일 단둘이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 한율이는 엄마 손을 잡고 성산일출봉에 올랐다. 김아인씨 제공
경기 성남시에 사는 9살 한율이는 얼마전 엄마와 단둘이 특별한 여행을 다녀왔다. 난생처음 휠체어 없이 자기 두 발로 걸으며 제주 곳곳을 구경한 것이다. 한율이는 엄마 손을 잡고 성산일출봉에 올랐고, 레일바이크를 탔고, 감귤 농장에서 귤따기 체험도 했다. 한율이 엄마 김아인(33)씨는 “기적같은 순간”이라고 말했다.
한율이는 2년 반 전까지만 해도 걷지 못했다. 임신 27주 4일만에 미숙아로 태어난 한율이는 백질연화증(산소 결핍으로 뇌실 주변의 백질부위가 괴사하는 질환) 진단을 받았다.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뇌성마비와 지적ㆍ언어장애 증상이 나타났다. 아이들이 한창 걷고 뛸 나이에 한율이는 휠체어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다 2021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형외과 김현우 교수를 만났다. 한율이 엄마 김씨는 “정형외과 10여군데를 찾아다녔는데, 모두들 안된다고만 했다”라며 “김 교수님은 ‘아이가 아직 어리니 수술은 최소화하고 성장 과정에 맞게 재활 치료를 함께 해보자’며 희망을 줬다”라고 말했다. 한율이는 2022년 4월 양쪽 슬괵근(허벅지 뒷부분 근육), 왼쪽 비복근(종아리 근육), 오른쪽 아킬레스건을 각각 연장하는 수술을 받았고 재활 치료를 꾸준히 받았다. 김씨는 “치료 이후에 한율이 상태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졌다”라며 “조금 절뚝거리기는 하지만 옆에서 기다려 주기만 하면 얼마든 혼자 걸을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제주의 감귤 농장에서 귤 따기 체험 중인 한율이. 김아인씨 제공
김씨와 한율이에게 한 차례 더 기적이 찾아왔다. 김씨는 최근 아이의 경과를 보러 들른 세브란스 병원에서 '소원트리'를 발견하고 소원을 적은 카드를 트리에 걸었는데, 소원 성취 대상자로 선정됐다. 소원트리는 세브란스 교직원들이 급여 1%를 기부한 후원금을 모아 환자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프로그램이다. 김씨의 소원은 '아이의 장애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멀리 여행을 가본 적이 없으나,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 후 휠체어 없이 보행이 가능해져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병원의 지원으로 한율이와 엄마는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3박4일간 제주 여행을 떠났다. 한율이는 TV화면이나 책에서만 보던 제주의 풍광을 자기 눈에 담으며 행복해했다. 한율이는 “엄마랑 여행하는 여행·먹방 유튜버가 되는게 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브란스 병원에 설치된 소원트리. 교직원들이 기부한 급여 1%를 모은 후원금으로 환자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프로그램이다.

김씨는 직장에 다니며 홀로 한율이를 기른다. 남편과는 아이가 어릴때 이혼했다. 김씨는 “주말마다 한율이와 나들이를 많이 다니려 애썼는데, 장애인콜택시로 갈 수 있는 경기도 내에서 주로 다니곤 했다”라며 “비행기 여행은 엄두를 못냈는데 꿈만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이웃과 사회의 배려를 많이 받아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이 친구 엄마들은 가족 나들이 갈 때 “한율이네도 같이 가자”고 초대해줬고, 한율이가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고 졸라서 망설이다 찾아간 태권도장에선 “뇌성마비가 무슨 상관이냐”며 반겨줬다고 한다. 장애인 활동보조 선생님은 친할머니처럼 아이를 아껴줬다.

제주 여행 도중 감귤 모자를 쓴 엄마 김아인씨와 한율이. 김아인씨 제공
한율이는 수술 때문에 한 학년 늦게 초등학교에 입학해 이제 2학년이 됐다. 어린이집을 같이 다닌 친구들이 학교 생활을 살뜰히 도와줘 일반 학교 통합반에서 학교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다. 지적장애를 완전히 극복한건 아니지만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엄마와 함께 여러번 반복 학습하며 수업을 따라가고 있다. 김씨는 “한부모ㆍ장애아 가정이라 하니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안됐다, 힘들겠다’ 얘기하지만 우리 가족은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다”라며 “한율이가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나도록 잘 기르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에스더(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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