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의부증·의처증 이야기
망상형 장애 중, 부부관계에서 배우자가 바람피우고 있다는 확신,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분들은 다른 영역에서는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지만, 그 특정한 부분에서는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있다. 표면적으로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나름대로 그런 확신을 하는 근거를 설명한다. 객관적 논리적인 설득으로 그들의 확신을 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때로는 거의 성기능이 없어진 지 오래된 노인 부부의 경우에도 이런 망상이 작동돼 배우자 폭력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본다.그들의 관계를 들여다 보면 대개 부부간 성관계가 끊어진 지 오래된다. 마지막 잠자리가 언제였는지 물어보면 서로 물끄러미 바라보며 기억하기도 힘들어하는 표정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성관계뿐 아니라 포옹이나 스킨십 등, 섹스 외에도 적절한 애정 표현이 사라진 경우도 대부분이다.
이런 증상은 심리학의 방어기제 중 아주 원시적인 방어기제에 속하는 ‘투사’로 이런 현상을 설명한다. 대부분 전통적 문화 배경에서 자라난 세대들이기에 성에 대해서는 그리 의식적, 자연적이지 못하다. 성에 대한 욕구나 애정을 받고 싶은 욕구 등이 당연함에도 의식적으로 많이 억제 및 억압돼 있다. 성기능이 줄어드는 중년기 이후에는 더욱 억압되어 무의식으로 밀려난다. 그런 억압된 욕구는 밖으로 투사되는데, 배우자에게 투사되면 내가 아니라 배우자가 성욕에 끌려 외도할 거라는 심리가 작동한다.
이런 경우 약으로 효과를 보기는 아주 어렵다. 다만 감정조절 장애나 우울증이 동반된 경우라면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약을 복용하더라도 망상을 없앨 수는 없다. 해결점이 있다면 부부간 친밀감을 되찾아 서로 사랑받는 느낌을 회복하는 게 제일이다. 근본적 치료지만 겹겹이 여러 장애가 있다.
오랜 세월 관계 속에서 쌓인 섭섭하고 화나는 감정 등이 쌓여 있으면 사랑보다는 미움이 팽배할 때가 많다. 실제로 성관계를 어쩌다 시도할 때 여성의 경우 질의 윤활이 떨어져 성교 통증으로 즐거움보다는 아픈 경험이 몇 번 있다 보면 성생활을 거부하는 쪽으로 가게 된다.
남자의 경우 발기가 약해지면서 한두 번 성교에 실패한 경우는 자존심에 연관된 반응을 하여 아예 성관계 시도를 포기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더 종교적으로 경도될 경우, 육체적인 욕정은 마치 극복해야 할 것 같은 심리가 작동한다면 성생활을 멀리하게 된다. 특히 건강한 성욕을 느끼고 잠자리 갖기 원하는 배우자를 마치 성도착증 환자처럼 보고 거부하는 심리 등등, 여러 이유로 건강한 부부 성생활 유지가 어려워진다.
평생 동반자로, 서로 여러 수준의 욕구를 헤아리며 소년 소녀 같은 천진함으로 서로를 알몸으로 포옹하는 친밀감을 보여 준다면 문제 해결에 성큼 다가서는 걸음이 될 것이다. 여성의 경우 윤활제, 남자의 경우 발기 보조제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의부증, 의처증은 의심받는 배우자가 ‘내 탓이로소이다’라는 태도로 상대 배우자의 정서적 욕구를 헤아리는 자세가 중요하다. 배우자가 사랑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켜 주는 노력을 보인다면 가장 근본적인 치료적인 접근이 될 것이다.
▶문의:(213)797-5953, jasungkim@hotmail.com
김자성 / 정신과 전문의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