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트렌드] 비현실적 긍정과 현실적 긍정
신앙 생활은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찾고 불안에서 긍정으로의 힘을 얻는 것이다. 단, 때로는 이러한 무한 긍정이 비현실적인 긍정이 되면 자칫 자기 성찰이 안 되어 자기 발전과 노력이 없어지게 되고 기도와 열심으로 신에게 때를 쓰는 신앙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잘못이 없는데 기도가 부족해서 라는 식의 치료만 되풀이될 수 있다.현실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비현실적 긍정성’은 현실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 조엘 오스틴 목사님의 ‘긍정의 힘’과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론다 번의 ‘시크릿’이 대표적이다. 물론 고난 속에서 희망의 줄기를 찾고 주문처럼 되내이는 것도 힘이 될 때가 있다. 그러나 삶의 영역에서 주술 외우듯이 모든 것을 비현실적으로 긍정할 때 종교는 미신이 된다.
연세대 심리학과 김영훈 교수는 ‘어떤 태도를 가진 사람이 성공할까’라는 주제로 실험을 해 보았다. 미국 대학생 215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들은 10문제의 수학 시험을 치른 후 두 가지 질문을 받았다. 지금 치른 수학 시험에서 몇 개를 맞혔는지와 학점이 어떻게 되는지이다. 시험을 채점한 결과, 실제 성적과 보고된 성적 사이의 차이를 분석하였고 이 차이를 통해 세 부류로 분류하였다.
첫 번째 부류는 자기 자신을 현실보다 더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 (비현실적 긍정형), 두 번째 부류는 자기 자신을 현실보다 더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 (비현실적 부정형), 그리고 세 번째 부류는 자기 자신을 현실에 맞게 보는 사람들(현실적 긍정형)이다. 이 중에 가장 성적과 학점이 좋은 부류가 세 번째 부류이다.
‘비현실적 긍정형’ 학생들은 자기 자신을 너무 긍정적으로 인식할수록 성적이 낮아진다. 실력을 과대평가하여 노력을 게을리하기 때문이다. 현실의 상태가 좋다고 믿기 때문에 실제로 노력하지 않는다. 반면, ‘현실적 긍정형’ 학생들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며, 그 결과 성적이 높다. 현실을 직시할 때 적절한 노력을 기울이고 실제로 성과를 낸다. 즉,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이 가장 높은 성적을 얻는다.
반대로 ‘비현실적 부정형’도 문제다. 이들 역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며, 매사가 부정적이어서 주변에서 싫어하게 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노력을 하지 않고 쉽게 포기하게 되어 무기력해진다. 결론적으로, 자기 자신을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개인이나 교회나 어느 조직이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현실적으로 파악하고 문제점을 개선할 줄 아는 ‘현실적 긍정형’이 되어야 한다. 터무니없이 기도와 은혜로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의 문제를 못 보는 ‘비현실적 긍정’이 개인과 교회를 망친다. 최근 한국에서 동성애 반대집회를 한다며 백만 교인이 모여 반대집회를 했다. 오늘날 교회의 문제들은 외면한 채 동성애 반대 집회를 연 것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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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 J&B 푸드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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