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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죽쒀도 이건 뜬다"…머스크와 엮인 국내 기업

‘트럼프 2기’ 다시 그리는 국내 투자지도
경제+
증시 주도주(株) 복귀는 요원해진 걸까. 국내 2차전지(배터리) 업체 주가 얘기다. 지난해 6월 61만원대였던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1년 반 만에 40만원 아래로 밀렸고, 삼성SDI는 같은 기간 60% 넘게 급락했다. 가뜩이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허덕이는 국면인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까지 겹쳐 투자 심리에 더 큰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줄곧 “재집권하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하겠다”고 별렀다. 미국에서 전기차·2차전지를 만들면 그 기업에 세액을 공제해 주거나 보조금을 지원해 주는 제도를 없애겠다는 거다. 배터리 업계엔 재앙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인수위원회가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그래픽=김호준
투자자는 혼란스럽다. 2차전지 주식이 더 하락할 거란 걱정이 크지만 지금 주식을 팔았다가 그 뒤에 주가가 오를까 봐 쉽사리 매도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미국 테슬라 주가가 뛰는 것도 ‘비빌 언덕’이다. 시차가 있을 뿐, 좀 더 묵혀두면 결국 테슬라 주가 흐름을 따라가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품는 식이다.

‘트럼프 2기’를 앞둔 지금, 전기차·2차전지 주식 투자 방향을 어떻게 잡으면 좋을지 전문가 3명에게 물었다. 2차전지 분야 베테랑 애널리스트인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와 장정훈 삼성증권 이사, 펀드 매니저인 이정욱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부장이 그들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트럼프가 IRA를 폐지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테슬라 주가가 계속 오를지 ▶2차전지 종목에 투자해도 좋을지 등에 대해선 온도 차를 보였다.

김영희 디자이너

Q : 트럼프 재집권으로 전기차·2차전지 시장은 더 암울해지는 건가.
A : 장정훈 이사: 바이든 정부와 비교하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전기차에 부정적인 입장인 데다, 바이든 대통령의 IRA 정책을 ‘녹색 사기(Green Scam)’로 보고 있기 때문에, 취임하면 다양한 형태로 IRA 정책 효과를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미국 시민에게 거둬들인 세금을 미국 기업이 아닌 다른 국가 기업에 보조금으로 퍼준다고 보기 때문에 AMPC 조항은 트럼프가 어떤 형태로든 건드릴 것으로 본다.
A : 한병화 이사: 크게 우려하진 않는다. 전기차 지원의 기본법인 IRA 자체를 폐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했다지만 의회 승인을 받긴 어렵다. 우선 상원의 법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차단하려면 60석(전체 100석)이 필요한데 그에 못 미쳤다. 예산조정권을 써서 필리버스터를 피해갈 수도 있지만, 이건 1년에 한 번 정도밖에 사용할 수 없다. IRA를 폐지하는데 조정권을 쓰면 다른 데 못 쓰는 거다. 하원에서도 공화당 의원 18명과 의장이 IRA 폐지를 반대한다고 밝힌 상황이라 표결도 쉽지 않다. IRA 보조금만 살아있다면 소비자 유인책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만 세부사항은 건드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업체가 일부 혜택을 볼 수 있는 예외조항 같은 것은 폐지될 수 있겠다.
A : 이정욱 부장: 생각만큼 타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미국 공화당이 상·하원을 ‘스윕(sweep·싹쓸이)’했다 해도 IRA 폐지가 현실화하긴 쉽지 않을 거다. 트럼프는 재선이다. 초선과 달리 임기 1~2년 지나면 레임덕(권력 누수)이 와서 공약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 입장에선 차기 대선도 준비해야 한다. IRA는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 혜택을 주는 내용이다. 현지 자국민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폐지하기 어려울 거다.

지난 5일 미국 텍사스주 발사대에 놓인 스페이스X의 스타쉽. LG에너지솔루션은 스페이스X에 우주선용 배터리를 공급한다. [연합뉴스]

Q : 업황은 계속 안 좋을까.
A : 장정훈: 전기차 수요가 줄어든 건 유럽에선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미국에선 세제 혜택을 주는 차량 범위를 좁혔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이 바뀌지 않고 있어 당분간 캐즘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
A : 한병화: 심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올해 미국 전기차 업황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 1위 업체인 테슬라의 차량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7%가량 역성장했다. 최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전기차 판매량이 저가 차량과 자율주행차 덕분에 20~3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토대로 분석해 보면 테슬라 전기차의 내년 미국 판매가 12% 증가하고, 미국 전체적으로도 (해외 브랜드까지 포함한 전기차 판매가)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테슬라가 성장세로 돌아서면 미국 전기차 업황도 턴어라운드(개선)할 거다. 유럽도 내년부터 시작될 이산화탄소(CO2) 규제 강화로 전기차 시장이 성장세로 전환될 거다.
A : 이정욱: 그동안 업황 자체가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조금만 좋아져도 기저 효과가 나타난다. 그 정도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업황이 예전처럼 확 좋아질 느낌은 아니다. 국내 배터리 업체도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혜택을 받아 성장하는 것일 뿐, 예전처럼 고마진은 쉽지 않다. 전기차도 초기엔 비싼 값을 받았지만, 이제 Q(판매량)가 느니까 매출이 증가하는 거지, P(가격)는 계속 낮아지는 상태다.

김영희 디자이너

Q : 국내 2차전지 종목 주가는 더 내려갈 것으로 보나. 투자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A : 장정훈: 업황과 별개로 내년 트럼프 취임 전까지 어떤 정책이 펼쳐질지 확실하게 가늠하기 어렵다.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정책 불확실성 국면에 들어가는 셈이다. 따라서 리스크(위험)를 중시하는 투자자라면 트럼프 취임식이 열리는 내년 1월 20일 이후 주식을 사는 걸 고민해 볼 것을 권한다. 지금 매수나 종목 추천은 적절치 못하다.
A : 한병화: 주가 흐름을 긍정적으로 본다. 내년 업황이 좋아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당선된 만큼 당분간 심리적 요인으로 약세를 보일 수 있는데, 오히려 주가가 내릴 때마다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고려할 만하다. 이미 주식을 보유한 경우에도 지금 팔 타이밍은 아니란 거다. 물론 내년에 트럼프가 취임한 뒤 어떤 발언을 하는지, 어떤 계획을 실행으로 옮길지를 지켜봐야 한다. 매수 종목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 같은 시가총액 상위주가 괜찮다.
A : 이정욱: 트럼프 당선 이후 2차전지 주가가 눌리고 있지만, ‘IRA가 폐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흐름이 나오면서 괜찮아질 것으로 본다. IRA를 (폐지가 아니라) 축소한다는 얘기만 나와도 주가는 반등할 거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개인 투자자가 좋아할 만한 주식이 될 수 있겠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에 우주선용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해서다. 이 종목을 제외하곤, 투자한 뒤 얼마나 빨리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면, 2차전지보다 조선·방위산업·우주항공 같은 트럼프 수혜주를 사는 게 유리하다. 주식 보유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빨리 손절매하고 조선, 방산주같이 상승 가능성이 큰 종목을 사는 게 낫다고 본다.
김영희 디자이너


Q : 앞으로 주가를 끌어 올릴 재료가 있을까.
A : 장정훈: 주가를 올리려면 정책 불확실성 해소, 전방 시장인 전기차 수요 회복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의 주요 수요처인 미국과 유럽에서 전기차 수요가 성장하는 그림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은 트럼프 당선으로 강력한 지원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캐즘을 극복하려면 배터리 가격이 현저히 내려가 소비자 입장에서 내연기관 대비 전기차 구매의 부담이 줄어야 한다. 다만 단기간에 배터리 가격을 낮추긴 어렵다.
A : 한병화: 무엇보다 트럼프가 IRA 정책의 큰 틀을 바꾸기 어려울 거라는 신호가 감지돼야 한다.
A : 이정욱: 사실 정말 타격이 큰 이슈는 IRA 폐지 정도밖에 없다. 테슬라가 트럼프 테마주로 엮여 계속 주가가 오를 경우 2차전지주도 함께 따라갈 수 있겠다.





황의영(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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