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정은의 ‘총알받이’ 군대
북한군의 개입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가 우려하는 전쟁 확대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유럽의 국지전이 잘못하면 확전 양상으로 번질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격전지인 쿠르스크주에는 이미 북한군 약 1만여 명이 집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최근 쿠르스크에 모인 북한군이 실제 전투가 벌어지는 최전방 지역으로 이동하는 정황도 포착됐다며, 러시아군이 북한군 병사들을 트럭에 태워 최전선으로 수송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군이 러시아의 용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에게 또 다른 양상이 됐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은 방한한 폴란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한국의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이제까지 인도적, 또는 비전투용 물자 지원에 머물렀던 데서 크게 변화된 것이라 여겨진다. 만약 한국이 우크라이나군에 살상 무기를 지원한다면 남북의 코리안이 이역만리 유럽 땅에서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북한군의 파병은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참전을 통해 직접적인 전투 경험을 얻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병사들의 목숨값으로 러시아로부터 첨단 군사기술 등을 넘겨받는 것이다. 이에 미국은 북한군이 참전하게 될 경우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를 계속하고 있다. 로이드 미 국방부 장관은 북한 병사들이 전장에 나설 경우 합법적인 공격 대상이 될 것이며,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북한군에 사용하는 것에도 별도 제한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드론전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귀순을 유도하기 위해 전선에서 드론으로 안전 보장과 행동 요령을 적은 전단을 뿌리고 있다. 이런 전단은 6·25 한국전쟁 때 미군과 한국군이 사용한 ‘안전 보장 증명서’와 유사하다. 춥고 배고픈 황량한 야전 지역에서 ‘따뜻한 이밥에 고깃국 먹으러 오라’ ‘ 당신의 목숨값은 김정은 주머니에’ ‘누구를 위한 꼭두각시인가’등등 북한군을 향한 선무공작이 절실히 필요한 대목이다.
국내 탈북민 3만4000여 명 중에는 북한군 출신도 적지 않다. 그들은 왜 전쟁터에 왔는지도 모를 북한 청년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알 것이다. 탈북자 중심의 심리전을 통해 북한군의 귀순을 권고해 죽음의 현장에서 아까운 젊은이들을 구조하는 방법은 어떨까 싶다.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는 좌파·친북 세력은 생명 가치가 최우선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 민족인 북한 청년을 살릴 수 있는 우크라이나 심리전 지원을 거론하면 “한반도 전쟁 획책”이라고 흥분한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파병한 ‘총알받이’의 생명 가치엔 왜 말이 없는가. 어디 말 좀 해 보시라!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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