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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도 비껴간 사나이…위기마다 살아난 트럼프, 결정적 장면 셋 [트럼프 당선]

도널드 트럼프가 두 번째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과정은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2020년 대선에서 낙마하고도 승복하지 않은 채 끝까지 '부정 선거'를 주장하던 그는 견고한 지지층을 등에 업고 재출마에 성공했다. 이번 대선에선 상대 후보가 바뀌는 우여곡절과 두 차례 암살 미수 등 전례 없는 사건이 잇따라 벌어졌다. 트럼프가 치른 세 번의 대선 중 가장 격렬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가 권좌로 돌아오기까지 가장 결정적이었던 장면 세 가지를 꼽았다.

①총격에도 주먹 불끈 쥐고 "싸우자"
지난 7월 13일(현지시간) 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야외 유세 중 총격을 받고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무대에서 내려가며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7월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버틀러 야외유세 중 트럼프를 저격한 총알이 그의 귀를 스쳤다. 피를 흘리며 주먹을 불끈 쥔 트럼프의 모습은 이번 대선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트럼프는 "파이트(Fight·싸우자)"라고 외치며 총격으로 아수라장이 된 장내를 단숨에 환호의 장으로 바꿨다. 이틀 후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가 붕대로 귀를 가린 채 등장하자 지지자들은 "파이트"를 연호했다.

피격 사건을 기점으로 트럼프는 선거 전략을 수정했다. 분열의 아이콘이었던 트럼프가 통합의 메시지를 전하기 시작했다. 그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을 앞두고 써뒀던 연설문을 뒤엎고 "미국의 절반이 아닌 미국 전체를 위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했다"고 말했다. 당내 트럼프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경선에서 맞붙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도 지지 연설에 나섰다.

지난 9월 15일에도 트럼프가 플로리다의 본인 소유 골프장에 머무는 도중 암살 시도 사건이 발생했다. 사전에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골프장의 덤불을 뚫고 나온 소총 총신을 발견하고 용의자를 체포하면서 암살 시도는 미수에 그쳤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는 용의자의 소총 총구로부터 400여m 떨어진 곳에 있었다.

위기가 거듭될수록 트럼프에겐 오히려 기회가 됐다. 트럼프는 자신을 향한 공격에 종교적 의미를 덧칠했다. 신의 개입에 대해 더 자주 공개적으로 말하며 "신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나를 구했다"고 메시아를 자처했다.

암살 미수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트럼프는 잇따른 암살 시도 배경을 두고 자신을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규정한 민주당의 수사(rhetoric)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총격범이 사살돼 사건의 전말이 미궁으로 빠지며 음모론이 퍼졌고, 이는 트럼프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됐다.

목숨을 잃을 뻔한지 3개월도 안돼서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 버틀러를 다시 찾았다. 한층 강화된 경호에서 트럼프는 총격 사건을 언급하며 “나는 여러분을 위해 싸우는 것을 결코 멈추지 않았다.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캐치프레이즈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다시 한번 각인시킨 순간이었다. 실제로 트럼프는 최대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하면서 승기를 굳혔다.

②현직 대통령 낙마시킨 TV토론
지난 6월 2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당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두 전·현직 대통령이 처음으로 맞붙은 6월 27일 TV토론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케이오(KO) 패'로 끝났다. 이날 바이든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힘이 없었다. 멍한 표정과 말을 더듬는 모습은 건강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반면 바이든보다 4살 적은 트럼프는 자신감 있고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토론 직전까지도 동률에 가까웠던 두 후보의 지지율은 이후 격차를 벌렸다. 민주당 내에서 후보 교체론이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암살 미수 사건은 결정타를 날렸다.

결국 바이든은 '인기 없는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고령 논란도 이기지 못한 채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현직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물러난 초유의 사태였다. 바이든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후보직을 넘겼지만, 대선 투표까지 불과 넉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③사법리스크 족쇄 푼 트럼프, 훨훨 날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인증하기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예정된 의회 의사당 건물로 난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TV토론에서 바이든을 쓰러뜨린 트럼프는 지난 7월 들어 완전한 후보 자격을 갖췄다.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에 대해 면책 특권을 일부 인정하면서다. 대법원은 기소 내용 중 면책 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을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트럼프는 대법원의 판단 덕에 적어도 대선 전까지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올해 초 트럼프는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트럼프 지지층의 '1·6 의회 폭동'에 가담한 혐의로 콜로라도주와 메인주에서 후보 자격을 인정받지 못할 뻔했다. 이때도 대법원이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면서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대법원이 트럼프를 사법적 위기에서 두 번이나 살려준 셈이다.

차준홍 기자
트럼프가 당선된 만큼 재판은 앞으로도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자신을 기소한 특검팀을 "2초 만에" 해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되면 재판이 열리더라도 공소 유지가 어려워진다.

허리케인이 ‘옥토버 서프라이즈’?
지난 9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겸 공화당 대선 후보가 허리케인 헐린 피해를 입은 미국 조지아주의 한 가구점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반면 해리스 입장에선 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사건·사고가 대체로 불리하게 작용했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헐린과 밀턴이 대표적이다. 이번 대선의 승부처로 꼽혔던 경합주인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의 피해가 컸다.

해리스는 피해 대응에 나섰지만, 트럼프는 허리케인 피해를 바이든 정부의 실정으로 부각했다. 민주당은 막판 전략회의에 나섰지만, 분위기 반전에 실패하면서 두 차례 허리케인이 이번 대선의 '옥토버 서프라이즈(대선 직전 돌발 변수)'라는 얘기가 돌았다.

중동 분쟁의 격화도 해리스에게 악재였다. 해리스로선 가자지구 분쟁을 종결해 또 다른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노리는 것이 최선이었지만, 휴전 협상은 실패했고 이스라엘이 전쟁을 확대하면서 아랍계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윤서.조수진.김한솔(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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