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열린 광장] ‘파란 H’의 삶과 ‘빨간 H’의 삶

윤경중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

윤경중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

사람의 속마음처럼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 부부라도 속마음을 속속들이 알고 지내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까지 생겨났을 거다.
 
우리 주위에는 이른바 지도자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많다. 지도자란 거짓말보다는 참말을 해야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나다니엘 호돈의 소설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에는 딤즈데일이란 목사가 남자 주인공이다. 젊고 아름다운 여주인공 헤스터는 나이 많은 의사 남편을 찾기 위해 보스턴에 왔지만 그를 찾지 못하고 젊은 딤즈데일 목사와 사랑에 빠져 딸까지 낳게 된다. 그러나 헤스터는 젊고 유망한 딤즈데일을 매장할 수 없어 스스로  감옥에 간다. 이후 딤즈데일은 7년이란 세월을 밤낮으로 깊이 생각하고 헤아리는 ‘주사야탁(晝思夜度)’의 삶을 살다 끝내 양심의 가책으로 죽음을 선택한다.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의 주인공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생활을 한다.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오지만 전과자인 그를 반기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좌절과 분노가 거의 터질 무렵, 미리엘 신부를 만나게 되고 은촛대를 얻게 된다. 그는 늘 이 은촛대를 지니고 다니면서 미리엘 신부의 말을 되새긴다. 그러다가 그는 인공 진주를 발견해 큰 부자가 됐고 ‘마드렌느’란 이름으로 시장까지 된다. 그런데 장발장 사건을 다뤘던 자벨 경감은 마드렌느 시장이 장발장이라고 단정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고 자벨 경감은 마드렌느 시장 덕에 목숨을 건지게 된다.  자벨 경감은 장발장의 인격 앞에 고민하다 센강에 몸을 던지고 만다.
 
두 소설의 주인공은 H로 시작하는 대조적인 의미의 두 프랑스어 낱말과 같은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어 Honnetete(정직)과 Hypocrisie(위선)이다. 색으로 파란색은 정직을, 빨간색은 위선을 상징한다. ‘파란 H’의 삶을 살던 딤즈데일 목사는 ‘빨간 H’의 삶으로 죽음을 맞게 되고, ‘빨간 H’의 삶을 살던 장발장은 ‘파란 H’의 삶으로 훌륭한 지도자가 된다. 죄인이던 장발장은 올바른 지도자가 되었고, 거짓말만 하던 목사 딤즈데일은 불쌍한 사람이 된 것이다.  
 
요즈음 이스라엘에 관한 목사들의 설교를 가끔 듣는다. 구약 성서에 나와 있는 대로 이집트를 떠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향하던 이스라엘 민족을 매우 자랑스럽게 설교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현실은 이런 설교가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이스라엘이란 낱말을 들을 때마다 매우 부정적인 생각이 앞선다. 성서적인 설교가 오늘의 현실과는 대조적으로 ‘빨간 H’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사람은 거짓 없이 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좋은 뜻의 거짓말이라도 하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도자라면 ‘순청색 정직’ 을 택하는데 ‘참정절철(斬釘截鐵, 결단성 있게 일을 처리함)’ 해야 한다. 그러면 저 푸른 하늘처럼 ‘파란 H’를 가슴에 깊이 새겨 넣은 지도자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될 것이다.

윤경중 / 목회학박사·연목회 창설위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