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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캐나다행 DHL화물기서 발견된 폭발물…배후는 러시아?

수개월 전 북미행 항공기에 실릴 예정이던 소포가 유럽 물류센터에서 잇따라 폭발한 사건이 러시아 정보기관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는 이날 유럽 각국의 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7월 독일 라이프치히와 영국 버밍엄의 DHL 물류센터에서 각각 발화된 소포 내부에서 정교한 발화장치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소포 내용물은 마그네슘 기반의 가연성 물질인 발화장치가 부착된 전기 안마기였다. 휴대전화 문자를 통해 발화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DHL 로고. AP=연합뉴스

WSJ에 따르면 서방 정보기관의 수사 결과 문제의 소포는 리투아니아에서 발송됐다. 목적지는 각각 미국과 캐나다로, DHL의 화물기에 실려 운송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화재 당시 항공기의 출발이 지연된 상황이라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만약 비행 중 발화했다면 항공기의 자체 소방 시스템으로는 진화가 힘들 정도의 화재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상 착륙이 어려운 해상 등에서 불이 났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는 설명이다. 독일의 국내 보안 기관 책임자 토마스 할덴왕은 미수로 그친 이 사건을 ‘행운의 우연’이라고 했다.

리투아니아 경찰은 수도 빌뉴스에서 소포를 보낸 용의자들을 체포했다. 용의자 중 한 명은 러시아 정보기관의 대리인으로 의심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 수사당국 또한 화재 사건과 관련해 4명을 체포해 테러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폴란드 당국은 아직 체포하지 못한 용의자 2명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관들은 이번 범행이 “미국과 캐나다로 유사한 장치가 있는 소포를 보낼 수 있는 지 여부를 시험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날 미국 교통안전청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행 화물 운송과 관련해 방해 행위 등을 예방하기 위해 추가적인 보안 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드네보 산업단지를 방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재 이 사건의 배후로 거론되는 건 러시아군 총정찰국(GRU)이다. 폴란드 검찰청은 이날 성명에서 “외국 정보기관의 활동”이라고 밝혔다. WSJ은 익명의 유럽 보안관리자 3명을 인용해 “러시아 요원 또는 대리인이 연루된 방해 공작”이라면서도 “크렘린궁 측인지 하위정보관리 지시인지는 불명확하다”고 전했다. 앞서 영국 정보기관 국내정보국(MI5)의 켄 매캘럼 국장도 지난 10월 “러시아가 방화와 비밀 파괴 공작을 꾸미고 있다”며 “위험한 행동의 무모함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WSJ의 보도에 대해 “'러시아 포비아(혐오·공포)'를 부추기는 행위”라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러시아의 서방 테러 의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7월 독일 군수 기업 라인메탈의 아르민 파페르거 최고경영자(CEO)를 암살하려는 러시아의 계획이 미국 정보당국에 포착돼 무산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라인메탈은 우크라이나에 지원되는 무기를 생산하고 있다.



한지혜(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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