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911이 아니라 988
지난 칼럼에서 다루었던 빅토리아 이 사건이 요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한인들을 위주로 여러 번의 시위들도 있었는데, 수사도 더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이 사건을 계기로 911 전화의 70%를 차지하는 정신건강 위기 상황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대응이 정책적으로 확립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은 가까운 사람이 정신 건강 위기를 겪을 때보다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소개한다.먼저 988 정신건강 핫라인이다. 정신건강 문제로 위기상황이 될 때 무조건 911에 연락할 필요는 없다. 988 핫라인은 2022년 전국적으로 자살이나 정신건강 위기를 겪는 사람들을 위해 시작된 핫라인이다. 전화나 문자, 혹은 988lifeline.org에서 채팅으로도 가능하다. 988에 연락하면 훈련된 정신건강 카운슬러와 연결되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개인정보를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이 988 핫라인은 현재로써는 영어와 스페인어만 되지만 통역을 요청하면 랭귀지 라인을 통해 가능하다. 자신만 아니라 걱정되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연락할 수 있다. 안내 멘트 도중 아무 때나 0번을 누르면 카운슬러와 연결된다. 재향군인은 1, 스패니시는 2, 성소수자들은 3을 누르면 전문 카운슬러와 연결된다. 물론 이 콜을 실행하는 지역별로 어느 정도 서비스가 가능한지의 차이는 있겠지만, 뉴저지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주 단위로 실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가지 단점은 전화 거는 사람의 거주 지역적, 동네별 특성을 모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인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뉴저지 버겐카운티의 경우, 이곳의 지역적 특성을 잘 알고 도와줄 수 있는 케어플러스의 201-262-HELP(4357) 핫라인이 있다. 이것은 비영리 정신건강 단체인 케어플러스 뉴저지의 정신건강 응급프로그램, PESP(Psychiatric Emergency Screening Program) 번호다. 이 프로그램은 자살 충동, 자해 또는 폭력성 등의 정신건강 위기를 겪고 있는 성인이나 미성년자들이 전문가의 도움으로 위기상황을 진정시키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비상시 경찰과 함께 가게 된다고 하더라도, 먼저 정신건강 전문가를 통해 문제를 진단하고, 상황을 진정시키는 방향으로 해결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빅토리아 이 사건 같은 비극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정신건강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 병원에 입원할 의사가 있다면, 여기에 전화하면 입원할 수 있도록 연결을 해준다. 그러나 당사자가 ER에 가는 것을 거부하는 상황이라면, 본인이 들을 수 없도록 다른 방에 들어가서 전화를 해야 한다. 상황이 긴급하면, 본인과 주위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경찰이 먼저 방문하여 상황을 진정시키도록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훈련되고 자격증이 있는 정신건강 전문가가 경찰과 함께 간다. 가서 위기 상황에 있는 성인이나 미성년자의 상태를 먼저 진단하고, 입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부모나 보호자의 동의 하에 입원을 도와준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이 케어플러스에서는 입원은 아니라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상담과 처방을 제공한다. 한국어로 상담이 필요하면 201-265-8200, ext. 5280으로 걸어 한인 프로그램인 KAOS(Korean American Outreach Service)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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