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뜨락에서] 늙었기에 다음은?
나는 많이 늙었다. 내 삶을 돌이켜보면, 소학교 중학교 때는 친우들하고 헛되게 보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갑작스럽게 “아, 인생이란 현재 오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걸 깨달았다. 인생에는 항상 ‘내일’을 준비해가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대학 때부터는 앞을 보고, 미리 준비하는 습관을 길렀다. 한 달 후면 학기말 시험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서, 학기말 시험을 미리 준비해놓는다. 대학 졸업하면 군대에 가고, 군대에서 제대하면 미국에 가고…, 이처럼 미리 앞을 보면서, 앞일을 계획하면서, 앞일을 준비하면서 살아왔다.젊었을 때, 서툰 영어 때문에,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으려고, 열심히 일했다. 살아남았다. 언젠가는 나도 늙으리라는 것을 예견했다. 퇴직금을 저축하기 시작했다. 나이가 먹히면먹힐수록, 세월이 빨리 가는 것을 느꼈다. 나만은 안 늙어주기를 바랐는데, 바람은 소용없었다. 나는 늙고 말았다. 은퇴했다. 젊었을 때 준비해두었던 퇴직금이 있기에 밥걱정은 없다. 친우들을 만나 골프를 친다. 책을 읽으면서 태평하게 지내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오늘 하루 살면, 내 생명이 하루 줄어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 하루를 내가 ‘공것’으로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오늘 ‘하루 사는 것’은, 실은 내 생명의 하루를 내가 갉아먹고 있다. 오늘 하루가 내 생명의 하루이니, 하루하루가 엄청 중요함을 알았다. 이 중요한 하루를 어떻게 해야 유용하게 보낼 수 있나? 하고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무한정 늙어지는 것은 아니다. 늙음이 끝나면? 다음은 죽음이다. 죽음도 무한정이지 않다. 낮이 있으면 반드시 밤이 있다. 낮이나 밤은 무한하지 않다. 어느 기간 동안 낮이었다가, 그리고 어느 기간 밤이었다가, 이처럼 낮과 밤은 윤회한다. 죽음도 어느 기간 동안 죽어 있다가 다시 태어난다. 삶도 어느 정도 살아 있다가 다시 죽는다. 삶과 죽음은 윤회하고 있다.
죽으면, 죽은 자들은 저승(하늘나라, 인간, 동물, 지옥)에서 태어난다. 우리가 만약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경우, 이 세상에 갓난아이로 태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죽으면, 이 세상도 저승이다.
이 세상의 움직임은 연기(緣起)다. 이것이 있음으로써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어짐으로써 저것이 없어진다. 인연 따라 생기고 인연 따라 없어진다. 이게 인과응보이다. 선량한 행위는, 어느 땐가는, 좋은 과보를 받는다. 악한 행위는, 어느 땐가는, 나쁜 과보를 받는다.
늙었으면, 우리는 죽음을 채비한다. 이 귀중한 하루하루를, 헛되게 보내서는 안 된다. 저승에서 태어날 때, 좋은 복을 갖고 태어날 준비를 해놓은 게 좋겠다.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우리가 하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가족하고 오순도순 지낸다. 친우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해서는 안 되는 일은 살생, 도둑질, 거짓말 등 남을 해치는 이를 해서는 안 된다. 남을 해치는 일을 하면, 인과응보라, 그 과보를 현세에서 혹은 저승에서 받게 된다. 남을 해치는 나쁜 행위를 많이 저지르면, 저승에서, 좋은 복을 갖고 태어나기가 어렵다. 이미 못된 짓을 저질렀다면, 참회해야 한다. 가장 좋은 일은, 남들을 위해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조성내 / 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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