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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기씨 "수집품 100여점 판매" vs 체스터 장 박사 "흑도자기 하나만 구입"

[LA카운티미술관 위작 논란]
거래 당사자간 진술 엇갈려
LACMA 기증품 선별에 의문
본지 문의에 묵묵부답 일관

LA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체스터 장(84) 박사의 작품 수집 과정이 논란〈본지 10월17일자 A-1면〉에 휩싸인 가운데 작품 거래 당사자 간의 진술이 상반되고 있다.
 
단, 양측의 진술이 엇갈린다 해도 관련 작품의 위작 논란과 이를 전시했던 LACMA의 기증품 선별 과정의 의혹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장 박사가 강압적으로 물건을 가져갔다고 주장하는 백창기(68)씨는 지난 7월 집을 정리하던 중 과거에 찍어둔 물건 사진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피해 사실을 알리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백씨는 본지에 1998년 3월 본인이 직접 촬영한 이중섭의 ‘기어오르는 아이들’과 ‘흑도자기’ 사진을 제시하면서 “물건을 구매하고 찍어뒀던 사진이다. 당시 장 박사가 관련 자료를 남기지 말라고 협박해 전부 가져다준 줄 알았는데, 몇장이 남아있었다”고 전했다.  
 
백씨는 장 박사를 처음 만난 시점을 2001년쯤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당시 그는 신문과 업소록에 골동품 수집 광고를 내고 있었고, 이를 본 장 박사가 먼저 연락을 해왔다고 밝혔다.
 
백씨에 따르면 당시 장 박사가 베니스비치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던 자신을 찾아와 약 100여 점의 작품을 4만~5만 달러에 구매했다. 이후 장 박사가 2차 거래에서 ‘흑도자기’, ‘기어오르는 아이들’, ‘청화백자 8각’을 2만5000달러에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박사가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환불을 해줬으나 물건은 돌려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장 박사는 이러한 백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지난 8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장 박사는 작품 ‘기어오르는 아이들’에 대해 “백 씨에게 구입한 것이 아니라, 오래전 한국에서 지인에게 직접 구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관련 계약서에 관해 묻자 “오래전이라 어디에 보관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장 박사는 “백씨에게 구매한 것은 흑도자기 하나 뿐”이라며 “4만2000달러에 구매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치매가 있어서 대신 거래를 했고, 어머니가 마음이 바뀌면 물건을 돌려주고 환불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물건에 대한 값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지급했던 돈을 다시 환불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금액을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을 메꾸기 위해 내가 갖고 있던 물건 두 개를 위탁 판매로 맡겼지만, 팔리지 않아 다시 가져왔다”며 “이후 돈을 주기 위해 여러 차례 찾아갔지만 그를 만나지 못했고 연락처도 남겼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장 박사는 백씨의 주장을 두고 “계약을 했는데 한쪽만 계약서를 갖고 있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또한 “계약서를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LACMA에서 진행된 ‘한국의 보물들’ 전시 일부 작품의 위작 논란에 대해서는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정식 감정기관을 통해 검증을 받은 것이지만, 그냥 한 가족이 소중히 보관했던 ‘한국의 보물’이며 국보급의 퀄리티를 가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LACMA가 장 박사의 기증품 전시에 있어 윤리 규정을 제대로 준수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기증자가 수집품 출처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불법 취득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LACMA가 적절한 작품 선별 절차를 거쳤는지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심지어 위작 가능성을 번복하고 작품에 대한 간행물 제작 강행 의사까지 밝힌 LACMA측은 이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관련, 본지는 수차례 LACMA측에 입장을 물었으나 17일 오후 5시 현재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장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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