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도 “이태원 참사는 인재”라는데 서장만 책임지나
“책임 있는 사람한테 딱딱” 발언에 수뇌부는 유임
총체적 부실 확인됐으니 합당한 책임, 후속 조치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통제가 풀린 직후 열린 축제라 극심한 혼잡이 예상됐고, 참사 당일 오후 6시30분쯤부터 112신고 전화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상황을 방치해 참변이 벌어졌다. ‘1995년 삼풍백화점 이후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최대 인명사고’라는 법원 지적처럼 많은 국민이 대다수 젊은이들의 비극을 안타까워했다. 정부 당국의 허술한 대비와 사후 대처의 증거가 재판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당초 책임자들에 대한 엄중 문책이 예상됐다. 이명박 정부 특임장관을 지냈던 이재오 전 의원은 사고 직후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등은 그만둬야 한다”며 총리 사퇴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회의에서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책임이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라며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대통령의 고교 후배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물론 경찰 수뇌부에서도 정치적 책임을 지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폼 나게 사표” 발언으로 유족의 마음에 상처를 준 이 장관은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윤희근 당시 경찰청장은 2년 임기를 온전히 채우고 지난 8월 퇴임했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도 1년 넘게 직무를 수행하다 지난 1월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받아 재판에 넘긴 이후에야 물러났다. 초유의 대형 참사에도 도의적 책임을 지는 고위 공직자가 없었다.
이번 판결을 통해 당국의 나태함은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위험이 예상되는데도 용산경찰서 정보관을 한 명도 투입하지 않았다. 사고 당일 혼잡 경비와 정보 경찰 전원을 집회·시위 현장에만 배치했다. 이들 중 단 몇 명이라도 시민 안전을 위해 근무했다면 아까운 젊은이들의 생명을 조금이라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재판부는 “이태원 참사는 인재”라고 판시했다. 이제라도 정부는 제대로 사과하고 책임 있는 조처를 하라. 그것이 2주기를 앞둔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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