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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면전 위기의 중동, 모든 비상 시나리오 철저히 대비해야

1일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 이스라엘의 공격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화염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어제 레바논에 제한적 지상군 투입 개시
유가 우려에 수송로 확보, 공급망 다변화 등 대책을
이스라엘이 어제 레바논을 상대로 지상전을 개시하며 중동 정세가 확전의 기로에 섰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국경의 헤즈볼라 군사시설을 제거하는 ‘제한적 작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접경 마을 20여 곳의 소개령을 내리며 추가 공격을 예고했고 레바논과 헤즈볼라의 대응 수위에 따라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2006년 전면전을 치른 적이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부터 국경 남부를 맞댄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29일 예멘 반군인 후티의 근거지를 공습한 데 이어 국경 북부에서 이란의 가장 강력한 대리 세력 중 하나인 헤즈볼라를 상대로도 전선을 넓히는 등 ‘3면 전쟁’으로 전선을 확대했다. 이란을 중심으로 한 소위 ‘저항의 축’ 3개 단체를 상대로 이스라엘이 동시에 전쟁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각을 세우며 반이스라엘 단체를 지원해 왔던 이란이 참전한다면 전쟁은 중동 전체로 번질 수 있다. 말 그대로 현재의 중동 정세는 일촉즉발의 국면이다. 미국은 최근 탱크 킬러로 불리는 A-10 선더볼트 비행대대를 급파하고 중동의 병력을 4만3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아라비아해에 파견했던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의 체류 기간도 한 달 연장하며 위기상황 대비에 나섰다.

그런 만큼 정부는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보다 적극적인 역할과 치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중동으로부터의 원유 수입 비중이 70%대인 우리 입장에서 중동전쟁은 먼 나라의 얘기가 절대 아니다. 이 지역에 머물고 있는 교민을 보호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또 전쟁으로 인한 비극이 확대하지 않도록 중동 지역의 안정과 휴전을 독려하려는 국제적 노력에도 관심을 갖고 협조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은 국제 평화 및 안전 유지에 관한 일차적 책임을 지닌 유엔안보리의 비상임이사국이기도 하다.

나아가 경제 분야의 리스크 관리가 절실하다. 중동 지역에서 전쟁이 확대될 경우 원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는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한국은 세계 4위의 원유 수입국이다. 중동산 원유의 안전한 수송로 확보와 함께 유사시에도 원유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공급망 다변화를 미리 검토해야 한다.

격변하는 국제 정세의 틈을 탄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는 대응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정부가 외교·안보·경제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적 비상 대책을 세워 즉각 가동에 나서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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