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숨기기까지…재혼했다고 유족연금 박탈, 한해 1000명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그러던 중 '동거인 남성'이 2019년 숨졌고, 그 이후 법적 분쟁이 생겼다. 재판부가 동거가 아닌 사실혼이라고 판결했다. 사실혼 시작 시점을 2009년으로 적시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를 근거로 A씨가 2009~2019년(11년 5개월) 받은 유족연금 4403만원 환수에 착수했다. 3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3.1%)이 가산됐다. A씨는 사실혼 남편 사망으로 '2차 유족연금'이 생겼는데, 연금공단은 지금까지 1758만원을 환수했다.
22명 재혼 사실 숨기다 적발
사실 유족연금은 그리 크지 않다. 5월 기준 1인당 월평균 35만 8262원이다. 국민연금 1인당 평균액(65만원)의 55%에 불과하다. 기초연금(33만 4810원)보다 약간 많다. 유족연금은 국민연금 수급자나 10년 이상 가입자(가입자였던 사람) 등이 숨지면 배우자·자녀·부모 등에게 지급한다. 대부분 배우자에게 간다. 사망자가 받던(받을) 연금의 40~60%가 나온다. 올해 5월 기준 약 100만 9848명이 받고 있다. 여자가 90.9%여서 '여성 연금'으로 불린다. 이들이 재혼하면 언제든지 소멸할 수 있다. 공무원연금의 퇴직 유족급여 수급자 7만 8511명(2022년)도 마찬가지다. 사학연금·군인연금도 그렇다. 사별 후 재혼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이다. 지난해 3498건이다. 유족연금 소멸을 우려해 재혼하지 않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재혼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A씨 같은 사례가 나오기도 한다.
이혼·사별에 따라 연금 갈라져
유족연금 소멸을 없애려는 시도가 없던 게 아니다. 2018년 8월 금태섭 전 의원이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적이 있다. 금 전 의원은 당시 "재혼 시 유족연금 수급권을 소멸시키는 것은 혼인과 비(非)혼인을 불합리하게 차별하여 사실상 혼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문제가 있다"며 "이혼한 배우자는 재혼해도 종전 기여분을 인정받아 분할연금을 계속 받는다. 하지만 사별한 배우자가 재혼한 경우 연금 형성에 기여한 것에 대한 보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분할연금과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 의원은 유족연금 소멸을 없앨 경우 5년 동안 484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재정 지출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뜻이다.
연금 형성에 기여한 점 무시
김선민 의원실의 박상현 보좌관은 "이혼이나 사별이나 생계 부양자가 없어지는 점은 같다. 유족연금 액수가 얼마 되지 않는 마당에 이렇게 박탈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최소한 당사자의 월 소득을 따져 전체 가입자 3년 치 평균 소득(A값, 올해 299만원) 이하이면 소멸하지 않게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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