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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컷] 전후 서독 모범가족의 비밀

나원정 문화부 기자
유대인 수용소 옆집에 사는 아름다운 나치 장교 가족의 일상을 통해 나치가 자행한 비인간적 역사 참상을 역설한 영화가 있다. 올해 독립·예술 영화로 이례적인 20만 관객을 동원한 ‘존 오브 인터레스트’ 얘기다.

천국을 보여주어 지옥을 상상케 하는 영화를 최근 또 만났다. 지난 주말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본 국제경쟁 초청작 ‘즐거운 나의 집’(사진)이다. 독일 감독 아니카 메이어가 아버지의 유년시절을 담은 슈퍼 8㎜ 홈비디오를 재구성했다.

전후 유복한 서독 가족의 행복한 나들이 장면이 가득한 이 영상은 뜻밖에 감독의 할머니가 당한 끔찍한 가정폭력에의 증언으로 이어진다. 어린 두 아들을 지키느라, 23년간 남편의 폭력과 외도를 견딘 끝에 이혼하기까지 생존 분투를 담은 인터뷰 음성이, 단란한 가족 영상과 대비되며 ‘가정폭력의 비가시성’을 새삼 일깨운다.

‘독일에선 3일마다 1명의 여성이 파트너나 전 파트너에게 살해된다’는 최근 경찰 통계와 함께다. 한국에서도 최근 화두인 교제 폭력, 교제 살인이 포함된 개념이다. 사회인류학을 전공한 감독은 “지금도 이런 폭력은 많은 경우 피해 사실이 감춰진다. SNS의 완벽한 가족사진도 실제 이면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보복이 두렵거나 수치심이 이유다. 그는 할아버지의 완벽한 홈비디오에서 출발해, 2차 대전 참전을 자랑스레 기록에 남긴 할아버지의 성향, 전후 서독사회의 보수적 분위기까지 폭력의 진실을 끝내 들춰냈다.

영화에선 때론 보여주지 않는 기법이 가장 효과적으로 주제를 전달한다. 현실은 반대다. 한국은 교제 폭력이 증가 추세지만 피해자 보호제도는커녕 제대로 된 통계도 이제 시작 단계다. 더 끈질기게, 더 자주 언급해야 바뀐다.





나원정(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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