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최훈의 심리만화경] 왜 그들은 눈을 가리고 먹어야 했을까

최훈 한림대 교수
인터넷에서 백종원 대표가 안대를 쓴 채 ‘뭐여?’라는 자막과 함께 음식을 먹고있는 사진을 보았다. 호기심에 알아보니, ‘흑백 요리사’라는 예능 프로그램 중 음식 심사 장면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장면은 많은 웃음을 안겨 주었지만, 주된 목적은 심사의 공정성이었을 것이다. 음식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는 낯설지 않다. 맛이란 매우 오묘하다. 오감의 측면에서 보면 미각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맛(미각)은 향(후각)과 함께 간다. 풍미(flavor)라는 용어도 맛과 향이 결합한 형태를 말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정보들이 우리의 맛 지각에 개입한다. 예를 들면, 와인은 라벨의 효과가 강하다. 비싸고 유명한 와인의 라벨을 붙이면 맛 평가도 높아졌고 뇌의 보상 체계도 더 많이 활성화되었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니 라벨을 떼는 블라인드 심사가 필수. 한 예로 1976년 영국에서 평론가들을 대상으로 프랑스와 미국 와인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와인의 일방적인 승리가 예상되었지만, 의외로 미국 와인의 완승! 이 사건이 그 유명한 ‘파리의 심판’이다.

하지만 정말 안대까지 씌우는 심사는 처음 봤다. 공정성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지각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아쉬움도 들었다. 음식의 맛을 낼 때 시각 정보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빨간 아구찜에 녹색 미나리를 얹으면, 더 맵게 느껴지고, 블랙 커피도 흰색 머그컵에 먹으면 더 진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많은 요리사들이 요리를 시각적으로도 완성시키려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눈을 감고 먹으면 이 시각적인 맛을 느끼긴 힘들지 않았을까?

예능은 예능. 대결이라는 목적에 따라 심사위원은 안대를 했고, 우리는 재미있게 봤다. 그래도 그 음식을 만들기까지 요리사가 쏟아냈던 모든 노력들을 온전히 바라보며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 것이 최고의 시식 방법인 듯하다.

최훈 한림대 교수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