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의 심리만화경] 왜 그들은 눈을 가리고 먹어야 했을까
결과적으로 이 장면은 많은 웃음을 안겨 주었지만, 주된 목적은 심사의 공정성이었을 것이다. 음식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는 낯설지 않다. 맛이란 매우 오묘하다. 오감의 측면에서 보면 미각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맛(미각)은 향(후각)과 함께 간다. 풍미(flavor)라는 용어도 맛과 향이 결합한 형태를 말한다.
그러니 라벨을 떼는 블라인드 심사가 필수. 한 예로 1976년 영국에서 평론가들을 대상으로 프랑스와 미국 와인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와인의 일방적인 승리가 예상되었지만, 의외로 미국 와인의 완승! 이 사건이 그 유명한 ‘파리의 심판’이다.
하지만 정말 안대까지 씌우는 심사는 처음 봤다. 공정성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지각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아쉬움도 들었다. 음식의 맛을 낼 때 시각 정보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빨간 아구찜에 녹색 미나리를 얹으면, 더 맵게 느껴지고, 블랙 커피도 흰색 머그컵에 먹으면 더 진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많은 요리사들이 요리를 시각적으로도 완성시키려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눈을 감고 먹으면 이 시각적인 맛을 느끼긴 힘들지 않았을까?
예능은 예능. 대결이라는 목적에 따라 심사위원은 안대를 했고, 우리는 재미있게 봤다. 그래도 그 음식을 만들기까지 요리사가 쏟아냈던 모든 노력들을 온전히 바라보며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 것이 최고의 시식 방법인 듯하다.
최훈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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