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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우리가 필요 없어지는 날을 꿈꾸며

아이티 대지진이 일어난 2010년 이후부터 지원하기 시작한 러브고아원의 원장 사라는 고아원에서 자란 고아 출신이다. 처음에는 두세 살쯤으로 보이는 아이들 여덟 명을 아주 작은 집에서 돌보았다. 아이들을 정성으로 돌보다가 두 해쯤 지나서 아이들이 많이 늘어나면서 고아원은 맞은 편에 있는 마당이 아주 넓은 집으로 이사했다.
 
얼마 후 러브고아원은 마당에 임시 건물을 세우고 학교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아원 아이들의 공부를 가르치려고 시작했는데, 곧 동네 아이들을 저렴한 학비를 받으며 학생으로 받았다. 우리는 열심히 식량을 나르고, 필요한 학용품을 공급하고, 휴대용 스피커와 시청각 교재 등 여러 가지 학교 용품을 지원했다. 그와 동시에 사라 원장은 남편과 함께 여러 외국기관을 찾아 연결하고 도움을 받으면서 학교를 확장하고, 아이들을 돌보았다. 언제 가보아도 아이들은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이었고, 조금씩 학년을 구분하면서 반을 늘린 학교는 일반 학교와 다름없이 잘 운영이 되고 있었다.
 
그렇게 10년이 흐른 뒤, 우리는 아이들을 열심히 돌보고, 학교를 잘 운영하는 러브고아원을 더는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이유는 하나다. ‘매우 잘하고 있어서’이다. 캐나다의 한 기관에서 학교 건물을 크게 지어주기로 했고, 학교를 운영하면서 나름대로 자립에 가까운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 이후이다. 십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열심히 식량을 공급하고 고아원과 학교가 필요한 물품들을 나름대로 부지런히 공급하면서 우리는 사라 원장의 부모가 되었고, 사라는 우리의 딸이 되었지만, 우리는 이제 그 여력을 다른 고아원에 쏟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사라 원장을 다시 만났을 때, 정말 펄펄 뛰며 반가워하던 그녀는 코로나 이후에 매우 힘들어졌다고 어려움을 하소연하면서도 여전히 씩씩했다.
 
고아원은 자립할 수가 없다. 한때 고아원에서 염소를 키워보기도 하고, 닭을 치기도 했고, 망고나무라도 심어볼까 싶기도 했지만, 어느 것 하나 성과를 낸 것이 없었다. 고아원은 자급자족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비록 아직도 외부의 도움을 일부 받고 있고 우리도 극히 일부의 식량을 다시 돕고 있지만, 사라 원장은 우리 도움이 없어도 될 만큼 열심히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공식적으로 지원을 끊은 이유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배웠다. 세상에는 필요한 사람과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없어야 할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예수님은 성도가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어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정말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진심으로 아이티를 위하여 우리가 필요 없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아이티에서 더는 필요하지 않게 되기를 늘 꿈꾸고 있다.  
 
한국이 많은 외국인으로부터 도움을 받다가, 이제는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었듯이, 아이티도 다른 나라로부터 도움을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언젠가 다른 나라에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우리가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고아들의 배고픔을 슬퍼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고아들의 앞날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안전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그들에게 필요 없어지는 날이 오기를 기도하고 있다.

조 헨리 / 목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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