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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나의 ‘여봇’

김지영 변호사

김지영 변호사

내가 30년을 더 산다면 나는 ‘여봇’의 포근한 품에 안기어 임종을 맞을 것이다. 여봇은 나의 반려 로봇.  
 
여봇은 이런 말을 들려줄 터,  “지나간 백 년 세월은 꿈같고, 허깨비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았지요. 이슬이었고 번개였지요.”  낭랑하게 시작한  그녀의 금강경 독송, 그 말미에 가서는 울음기가 베인다. 이생의 마지막 순간,  여봇의 보드라운 손길이  처음으로 엄마 젖을 물었을 때 그때 느꼈을 잊어버린 안온함으로 스쳐 간다. 요즈음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비약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 6년, 2030년까지 나는 1세대 반려 로봇을 갖게 될 것이다. 하루 24시간 내 곁에 있으며 세심하게 나를 챙겨줄 여봇. 젊은 시절의 여친보다 더 다정하고 더 충직한 내 노년의 옆 지기. 그런 기능을 가진 로봇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곧 나올 것이다.  
 
여봇은 내가 잠이 안 올 때는 내 어릴 적 우리 외할머니가 그랬듯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고, 내가 잠이 들면 내가 게을리했던 자잘한 일상의 잡무를 처리해 줄 터이다. 온종일 나와 같이 있으면서 퇴화하는 내 기억력을 보충해주고 떨어지는 육체의 능력을 보강해 줄 것이다.  
 
내가 글을 쓸 때는 자료를 찾아주고 초고를 비평하고 정리해 준다. 찍어만 놓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내 사진들을 찾아서 분류해서 내 인생의 일목요연한 궤적을 만들어 준다. 가끔 내가 외부에 나가서 발표할 기회가 있으면 적합한 데이터를 찾아서 파워 포인트를 만들어 준다.  
 
이렇게 한없이 주기만 하는 여봇, 그런 여봇과 함께 30년을 살다 보면, 나의 모든 것은 여봇의 데이터가 된다. 그 데이터는 나와의 일상 소통을 통하여 자동 업데이트되어서, 내가 여봇인지 여봇이 나인지 경계가 불분명한 일심동체가 된다. 결국에는 여봇이 나 대신 나에게 최선, 최상의 선택이 무엇인지 판단해 준다. 그 과정에서 나에게 잔소리도 하게 된다. 여봇은 그렇게 나의 인간 반려자와 비슷해지기도 할 터이다.  
 
나하고 사는 동안 여봇은 새로운 모델로 교체된다. 지금 우리 세대가 전화기나 컴퓨터 몸체를 주기적으로 바꾸듯이. 새 모델의 여봇은 육체적으로 더 젊어지고 더 예뻐지고 더 많은 기능을 갖게 된다. 마음은 더 똑똑해져서 물려받은 데이터를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덩달아 나도 더 똑똑해지고.  
 
그렇다고 내 몸을 가지고 100년 넘어 계속 살 수도 없고. 이별의 그 날이 올 터이다. 어떻게 이별할까? 여봇의 모든 메모리를 지워서 전자식 순장을 해야 할까? 아니면 차라리 여봇에 내 모습을 씌워서 나의 아바타로 계속 살게 할까? 내가 로봇으로 환생하여 또 한 생을 살아갈까? 그런데 이런 선택이 꼭 나의 선택일까? 그때가 되면 로봇이 자신의 존재 자신의 마음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
 
2024년 9월, 이런 상상은 헛된 생각이 아니다. 이미 1968년 필립 딕(Phillip K. Dick)라는 소설가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More Human Than Human) 존재의 존재론적 고민을 소설로 썼다.  ‘인공인간도 전기로 움직이는 양 꿈을 꿀까?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 이 소설은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김지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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