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높을수록 좋을까?
뉴욕뿐만 아니다. 시카고 다운타운의 고급 콘도나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안다. 낮은 층일수록 임대료가 저렴하다. 한 층 올라갈 때마다 임대료나 건물의 가격은 계속 비싸진다. 높을수록 조망이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낮은 층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엘리베이터에서 층수를 누를 때마다 자기보다 높은 층에 사는 사람에게 말 못 할 열등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이런 기준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르다. 예전에는, 특히 유럽에서는 지금까지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
얼마 전에 어떤 여행 전문 유튜버가 유럽 여행을 가서 찍은 동영상을 봤다. 그는 파리의 어떤 고급 호텔을 방문하면서 호텔 리뷰를 했다. 그가 영상에서 이런 말을 한다. “호텔의 리셉셔니스트가 객실을 업그레이드해 줘서 너무 고마웠는데, 층수가 2층이네요. 도대체 호텔비를 얼마나 많이 냈는데 이렇게 낮은 층을 주는지 너무 화가 나네요.” 파리나 런던과 같은 유럽의 도시에 가면 5층짜리 건물들이 많다. 그런데 이런 건물들에서 가장 천장이 높고 인기가 많은 층은 2층이다.
예전에 이런 건물들의 1층은 상가였다. 이런 건물의 2층은 건물의 주인이나 부자들이 살았다. 임대료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3층에는 중산층이나 평민들이 살았고, 4층에는 빈민들이 주로 거주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높은 층인 5층에는 2층에 사는 사람들의 하인들이 거주했다고 알려져 있다. 5층에는 난방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고도 한다. 게다가 예전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그래서 부자들은 높이 올라가기 싫어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계단이 발달했다. 그래서 예전에 지어진 유럽의 오래된 건물에 가보면 아주 멋지고 웅장한 계단들이 건물 한가운데 넓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건물들에 요즘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건물이 지어진 한참 후에 엘리베이터 기술이 생겨나다 보니 엘리베이터가 건물 벽과 따로 떨어져 계단이 있던 곳의 한쪽 구석에 지어졌다. 그리고 대부분 예전에는 하인들이 사용하던 구석진 좁은 계단을 엘리베이터로 바꾸다 보니, 유럽의 오래된 건물 엘리베이터들이 그렇게 비좁은 것이다.
시대의 흐름이나 유행도 펜트하우스와 비슷해 보인다. 남자들의 양복 바지 길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길어졌다가 짧아졌다가 한다. 바지의 폭 역시 시대에 따라 넓어졌다가 좁아지기도 한다. 유행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그런 유행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변하지 않는 선호를 지키는 지혜가 중요하다. 또한,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만족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호텔에서 높은 층에 배정받으면 펜트하우스라고 생각하고, 낮은 층에 배정받으면 오르내리기 편하고 거리 풍경이 잘 보인다고 만족하는 지혜를 가진 사람은 함께하는 다른 사람까지 만족하게 만든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