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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응급실 뺑뺑이’ 아우성인데 안이한 대응으로 풀리겠나

5일 충북 지역 119구급대원이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응급실로 급히 이송한 뒤 대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휴일·야간 응급실 폐쇄 속출, 수술 의사도 태부족
땜질식 처방 안 돼…추석 연휴 특단 대책 마련을
주요 병원의 응급실 파행이 장기화하면서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부산에선 응급실을 헤매던 환자가 수술할 의사를 찾던 중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70대 근로자 A씨가 공사장 2층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신고 직후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급하게 병원 여러 곳에 연락했지만 진료가 어려우니 오지 말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사고 현장에서 50㎞ 떨어진 병원 응급실로 이송했지만 이곳에서도 긴급 수술이 가능한 의사를 찾지 못했다. 국내 2위의 대도시인 부산에서도 의료공백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만일 A씨가 조금이라도 빨리 수술을 받았다면 결과가 달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부산뿐 아니라 전국에서 ‘응급실 뺑뺑이’로 아우성치는 환자가 많아진다. 야간이나 휴일에 응급실 문을 닫거나 축소 운영하는 병원도 속출한다. 응급실 문은 겨우 열었지만 수술할 의사가 없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병원도 적지 않다.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히 가동되고 있다”고 말한 것과 현장 상황은 딴판이다. 지방 병원에서 시작한 응급실 파행은 수도권 주요 병원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은 그제 경기 북부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의정부성모병원을 찾았다. 대통령이 직접 현장 의료진의 목소리를 듣는 건 긍정적이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윤 대통령은 필수의료 지원 강화를 약속했지만 중장기 과제고, 당장의 혼란을 수습하는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는데도 정부의 인식은 여전히 안일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환자 본인이 (병원에) 전화해 알아볼 수 있으면 경증”이란 발언으로 논란을 키웠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열·복통·출혈 정도는 경증이니까 응급실에 가지 말라는 주장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책임을 통감하고 당사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 차관을 비롯한 정책 당국자들은 여당에서도 사퇴 요구가 나왔다는 사실을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민족의 대이동’이란 말처럼 통행량이 급증하는 추석 연휴가 약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종 사고나 급성 질환으로 환자가 몰리는 추석 연휴에도 응급실 파행이 이어진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인력 보충을 위해 군의관·공보의를 투입한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는 효과가 의심스럽다. 일부 병원은 군의관들이 응급실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지금 시급한 건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특단의 대책이다. 의료계도 응급실을 정상화하고 환자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해 협조하길 바란다. 어떤 경우에도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응급의료의 최전선이 무너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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