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딥페이크 고통 지옥인데 정책 노력은 한가하기만
피해 급증 방치하더니 장관 공석에 법안은 재탕
세계 성 착취물 피해자 53%가 한국, 대책 시급해
지난 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장관이 6개월째 공석인 여성가족부를 질타했다. 국회도 남 탓할 처지가 못 된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의원들은 법률 개정안을 쏟아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2건을 포함해 무려 33건을 발의했다. 급조하다 보니 내용이 비슷하고 21대 국회 때 발의했다가 폐기된 법안과 대동소이하다.
법이 범죄를 못 따라가자 피해자가 자신을 구제해야 하는 처지가 돼버렸다. 정부에 신고해도 피해 영상물 삭제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피해자가 수백만원씩 내며 사설 업체를 통해 지워나가는 실정이다. 관계 기관이 성 착취물을 즉시 삭제하고 가해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 여가부가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접수된 불법 촬영물 삭제 요청 94만 건 가운데 26만 건 넘게 아직 삭제되지 않고 있다니 피해자의 고통이 어떻겠는가.
처벌 강화도 필수다. 지난 4년간 딥페이크 성 착취물 제작과 유포로 기소된 87명 중 34명(39%)이 집행유예를 받았다고 한다. 성 착취물을 제작, 소지만 해도 처벌하도록 법을 바꾼 영국을 참고할 만하다. 범죄 영상물의 온상이 되는 텔레그램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해외에 서버가 있어 수사의 어려움이 있겠으나 창업자 파벨 두로프를 체포한 프랑스의 사례를 분석하면 대안이 나올 수 있다. 최근 국내의 텔레그램 사용자가 오히려 급증했다니 실효성 있는 대비책이 절실하다.
딥페이크 범죄는 관련자 대부분이 10대다. 그래서 처벌보다 예방이 절실하다. 경찰이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검거한 딥페이크 범죄자 178명 중 10대 청소년이 73.6%였다. 피해자 역시 절반 이상이 10대다. 어린 시절 잘못된 판단으로 평생 나락에 빠지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정부와 국회가 시간을 허송하는 동안 성 착취물은 기하급수적으로 유포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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