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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엄마 못 찾았다" 입양번호 C-1151 달고 8.8㎞ 뛰는 그녀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된 재독 예술가 이미래 씨가 3일 동료 입양아들을 위한 8.8km 마라톤을 완주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 3일 서울 동대문구에서 서대문구까지 8.8㎞를 달린 한국계 미국인 예술가 이미래 씨, 그의 땀에 젖은 티셔츠엔 "C-1151"이 선명했다. 1976년 갓난아이였던 그에게 주어진 입양 번호다. 그는 이날 자신의 출생지로 기록에 남아있는 동대문구의 옛 병원 자리에서, 자신의 입양을 주관한 동방사회복지회까지 달렸다. 가족을 찾기 위해 그가 이끄는 '나의 가족을 향해 뛰어라' 캠페인의 일환이다.

올해 48세인 그는 18세가 됐을 무렵부터 낳아준 가족을 찾았지만 30년 동안 희소식은 접하지 못했다. 완주 후 한숨 돌린 그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번이 마지막 시도가 아닐까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미국으로 입양된 그는 독일에서 설치미술 및 사회운동가의 삶을 살고 있다. 죽부인과 그리스 신화를 접목한 설치미술( https://katehersrhee.com/project/seven-sisters/) 등으로 미국 뉴욕ㆍ로스앤젤레스(LA)와 유럽 각지에서 각광 받았다. 곧 독일과 한국에서 새로운 전시도 구상 중이다. 작품활동과 함께 그가 전력을 쏟는 프로젝트가 입양인들의 가족 찾기 마라톤 캠페인이다. 올해 11월엔 JTBC 마라톤 풀코스 출전도 앞두고 있다. 출전 번호와 함께 입양인들의 입양번호를 함께 기재하는 방법도 모색 중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이미래 씨가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 등을 담은 패널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경록 기자




Q : 왜 마라톤인가.
A : "두려워서 피했던 목표를 마주하고 싶었다. 42.195㎞를 완주하고 나면 새 사람으로 탈바꿈할 수 있지 않을까. 마라톤이라는 건 단순한 달리기가 아니라, 자신을 이겨내고 새로 태어나는 은유이기도 하다. 20만명에 달하는 입양인들에게 꼭 필요한 희망의 메시지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마라톤에 도전하는 용기를 내는 모습을 어머니가 본다면, 어머니도 날 만날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이다."


Q : 친모를 만난다면 첫마디는.
A : "(침묵 후) 이렇게 말하기까지 오래 걸렸지만...'날 버린 건 엄마 잘못이 아니에요'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때의 엄마에겐 엄마의 괴로움이 있었을 테고, 사회에서 도움을 받지 못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Q : 입양 후 삶은 어땠나.
A : "입양 가정 역시 유복하지 않았고, 돈이 항상 부족했다. 양아버지는 '내가 입양 안 했으면 너도 (생모처럼) 성매매나 했을 거다'라는 식의 폭언을 하곤 했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나의 정체성을 증오하게 하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고,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미래 씨의 지난 3일 완주를 축하해주는 '나의 가족을 향해 뛰어라' 캠페인의 입양아들과 동방사회복지회 관계자들. 김경록 기자


Q : 어떻게 극복했나.
A : "사실, 모든 이에겐 각자 나름의 괴로움과 트라우마가 있다. 모든 인생이 현재진행형(work in progress)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내 삶에서 지워내는(unlearn) 과정이 중요했다."


Q : 예술가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인가.
A : "그렇다. 내 작품들은 하나의 문화에서 특징적인 사물을 다른 문화의 맥락으로 풀어내는 횡 문화(transcultural)적 성격을 갖는다. 죽부인을 보고, 여름의 더위를 물리치기 위한 사물에 젠더를 부여한 것에 주목했고 한국 중년 여성들이 쓰고 다니는 햇빛 가리개를 씌우고 네온사인을 설치했다. LA 한국문화원에 영구 전시되는 기쁜 일도 있었고 곧 독일 드레스덴 및 한국에서도 개인전 등 큰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다."


Q : 입양에 대한 생각은.
A : "아기들을 입양 보내던 한국이 이젠 저출생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게 개인적으로 참 아이러니다. '입양이 안 됐으면 고아원에서 더 힘들었을 거야'라는 말도 듣곤 하는데, 처음부터 사회복지 시스템을 통해 입양이 전제조건이 아닌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Q : 앞으로 계획은.
A : "JTBC 마라톤을 잘 완주한 뒤엔 한국에서 입양을 간 이들이 있는 국가들에서 하프 마라톤을 모두 뛰는 게 목표다. 그 과정에서 입양 문제에 대한 건강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전수진(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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