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사람 1000명이 일일이 작업…아마존도 '무늬만 AI'?
‘AI 거품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 ‘AI 워싱’ 주의보가 내렸다. AI 워싱(AI washing)이란 AI와 관련이 적거나 없는데도 마케팅을 위해 AI를 활용한다고 포장하는 ‘무늬만 AI’를 뜻한다. 친환경적이지 않은 기업이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과 유사한 행태다.
5일 주요 외신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등에 따르면 AI가 탑재됐다고 홍보한 P&G의 고가 전동칫솔도 AI 워싱의 사례로 꼽힌다. P&G는 AI가 치아 위치와 밝기 등을 파악해 이가 잘 닦였는지 알아낼 수 있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칫솔의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질문했지만, 회사는 대답을 못했다”고 보도했다. 코카콜라도 서기 3000년 미래시대를 상상하며 AI와 공동 개발했다고 홍보한 한정판 제품 Y3000가 문제가 됐다. AI가 어떤 방식으로 제품 개발에 참여했는지 문의가 쏟아졌지만, 코카콜라는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영국 벤처캐피털 회사 MMC벤처는 AI 기반이라고 주장하는 유럽 스타트업 2830곳 중 44.1%가 AI 기술 활용에 대한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고 밝혔다. 자신을 AI 스타트업이라고 회사들은 주로 ▶AI 효율성을 과장하거나 ▶불완전한 AI가 완벽하게 작동한다고 주장하며 ▶단순한 챗봇을 AI 시스템이라고 과장하는 AI 워싱 행태를 보였다. 신기술 기업 투자 펀드인 오픈오션의 스리 아얀가르 팀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스타트업은 사업 계획 발표 과정에서 AI를 언급하지 않으면 불리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규제당국은 AI 워싱에 칼을 겨누기 시작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투자자문회사 델피아와 글로벌프리딕션스에 벌금 40만 달러(5억3560만원)를 부과했다. 투자 결정 과정에서 AI·머신러닝을 사용한다고 광고했지만, 사실은 AI를 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 AI 기술로 투자금을 받은 혐의로 채용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준코도 SEC에 기소됐다. AI로 기업에 적합한 지원자를 선발하는 기술을 보유했다고 속여 2100만 달러(281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혐의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기업들에 “AI 워싱을 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KB경영연구소는 “정부가 AI 워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AI 사용에 대한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허위 주장을 남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곽재민(jmkwak@joongang.co.kr)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