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改之繹之爲貴(개지역지위귀)
공자가 말했다. “바른말을 해주면 따를 생각을 안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허나, 실지로 따라 고치는 것이 귀중하다. 친절한 말로 설명해 주면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허나, 설명의 단서를 파악하는 것이 더 귀중하다.”
사람들은 좋은 말을 듣고서 따라 고칠 생각을 한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천을 안 하면 깨달음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누군가가 친절한 말로 설명해 주면 역시 큰 배움을 얻은 양 기뻐한다. 그러나, 친절한 설명이라는 배려에 감사할 뿐 설명해준 말의 단서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능히 실천하고 단서를 제대로 잡는 데에 배움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
좇아 따르는 척만 할 뿐 따르지 않고, 이해한 척 끄덕일 뿐 실마리가 오리무중인 사람은 지적(知的) 거품을 조장하여 오히려 도덕과 지식을 우롱하는 ‘사기꾼’이 된다. 이런 사기꾼들은 ‘아무 말 대잔치’에서 우승을 다투곤 한다. ‘아무 말 대잔치’가 성하는 세상은 도덕과 진리는 무너지고 말만 난무한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귀 막고 종 훔치기’도 서슴지 않는다. 잘못은 고치고 문제는 실마리를 찾는 세상이 바른 세상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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