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utter] 자원봉사는 어떻게 세계기록유산이 됐나
9월 한 달 ‘자원봉사아카이브 10주년 특별전’ 열려자원봉사자 물결은 이듬해 4월까지 계속됐다. 누적 봉사자는 123만 명에 이른다. 지난 2022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는 당시 피해 복구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등재 기록물 이름은 ‘태안 기름유출 복구 기념물(TAEAN OIL SPILL RESTORATION MEMORIAL)’. 유네스코는 “사고 발생부터 복구까지 전 과정을 기록한 방대한 기념물”이라며 “특히 자원봉사자 123만 명 참여로 단기간에 복구를 이뤄낸 성숙한 시민의식이 잘 나타나는 자료”라고 평가했다. 사고 발생 15주년이던 해, 차곡차곡 모아둔 기록은 유산이 됐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자원봉사아카이브 10주년 특별전시’가 시작됐다. 9월 한 달간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서해안 유류피해 복구 사진을 포함해 우리나라 자원봉사 역사를 훑어볼 수 있는 주요 기록물들이 소개된다.
김의욱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은 “수많은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변화의 순간을 담은 자원봉사 기록물을 지난 10년간 ‘자원봉사아카이브’ 플랫폼에 정리했다”면서 “역사 속 주요 사건, 자원봉사자의 경험 등을 발굴하고 정리해 공공유산으로 보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개인의 이야기, 역사가 되다
1970년대에는 대학생들의 농어촌 봉사활동이 눈에 띈다. 여름방학을 맞아 농촌 마을을 찾은 대학생들이 일손을 도우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마을 담장과 지붕을 개량하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봉사자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을 성황리에 마무리한 봉사자들의 힘은 1988년 서울올림픽, 1993년 대전엑스포 등으로 이어졌다. 서울올림픽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는 총 2만7221명이다. 당시 조직위원회에서 투입한 전체 인력의 약 55% 수준이다. 이들은 관람객 안내, 행정, 차량서비스, 통·번역, 분실물 처리, 숙소 청소 등 현장 곳곳에서 활약했다.
전시에서는 서울올림픽 자원봉사자였던 이장원씨가 기증한 물품들을 만날 수 있다. 통·번역 요원에게 지급됐던 녹색 재킷, 넥타이, 벨트, 깃발, 자원봉사자 출입증까지 다양하다. 그는 “개인의 봉사활동이 사회적으로 기억된다는 것은 굉장한 의미”라며 “아주 짧고 사소한 기록이나 사진 한 장이라도 기억을 되살리고 자원봉사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자원봉사 활동이 시민 주도로 발전하면서 다양한 민간봉사단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1994년 전국자원봉사대축제 관련 기록물을 보면 ‘1년 중 하루라도 봉사에 참여하자’는 취지에 맞춰 한 해 32만여 명이 자원봉사에 참여한 기록이 남아있다. 해외 자원봉사 파견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2000년대에는 허베이 스피릿호 원유유출사고 복구 봉사(2007), 세월호 참사 현장 지원(2014), 평창동계올림픽 지원(2018), 강원 동해안 산불피해 봉사(2018), 코로나 팬데믹 지원(2020) 등 사회적 위기 때마다 봉사자들의 힘으로 극복해 왔다.
시민의 손으로 만드는 유산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 순간을 담은 장롱 속 사진을 찾습니다’ ‘나의 첫 자원봉사 기록물을 기증하세요’ 등의 메시지로 아카이빙 사업의 시민 참여를 독려했다. 이렇게 10년간 수집한 기록물이 총 1만7862건에 이른다.
최근 사업 10주년을 맞아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가 발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자원봉사아카이브 홈페이지 월간 방문객은 1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교육자나 연구자들이 자원봉사 기록물을 활용하는 빈도가 높았다.
시민의 아이디어로 진화하는 자원봉사 현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물들도 눈에 띈다. 최근에는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넘어,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플로빙’ 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공통의 관심과 취향으로 모인 ‘팬덤’도 자원봉사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BTS 팬덤인 ‘아미’들은 2022년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에서 자발적으로 ‘팀아미 봉사단’을 결성해 안전·의료·통역 요원을 배치하고 전 세계에서 온 5만여 명의 관객을 안내했다. 가수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는 지역별로 대면 봉사모임을 만들어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김의욱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은 “자원봉사아카이브는 자원봉사의 경험과 성과를 융합하는 경험발전소로, 자원봉사 생태계에 꼭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플랫폼”이라며 “많은 시민이 이달 열리는 ‘자원봉사아카이브 특별전’을 찾아 자원봉사의 흥미로운 역사를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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