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폭염에 제습기 구입"...'누적 열대야 58일' 제주의 잠못 이루는 밤
올해 발생한 제주(북부) 지역의 누적 열대야 일수가 역대 최다인 58일을 기록했다. 이로써 2013년 서귀포(남부)에서 발생한 57일 누적 열대야 일수를 넘어섰다. 제주 북부는 지난 6월 29일 첫 열대야가 발생한 이후 4일까지 68일 기간 중 11일을 제외하고 모두 열대야가 발생했다.
4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저녁부터 이날 아침 사이 지점별 최저기온은 제주(북부) 25.5도, 고산(서부) 25.1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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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 매일” 최대 전력 올여름만 7번 경신
제주 주민 김모(75·제주시)씨는 “낮에는 시원한 폭포 등 민물 명소를 찾고, 해가 지면 바닷가를 맨발로 걸으며 더위를 피하고 있지만 후텁지근함은 정말 답이 없다”며 “가능한 전기요금을 아끼려 잘 쓰지 않던 에어컨을 밤새 켜 두고 있다”고 했다.
열대야가 계속되자 제주지역 최대 전력 수요도 올해 7번이나 경신했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오후 2시 제주지역 전력 수요가 1178㎽를 기록, 역대 기록을 새로 썼다. 기존 최대 전력 수요 기록은 지난 2일 오후 6시 기록됐던 1169.48㎽였다. 올해 들어 지난 7월 24일 첫 경신 이후,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닷새 연속 최대 전력 수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해 열대야가 길어진 데는 지역 특유의 높은 습도도 영향을 줬다. 제주지역 습도가 높은 원인은 해안을 끼고 도심이 형성돼 있고,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비가 가장 많이 와서다. 한라산 진달래밭 등에는 한 해 5000㎜ 이상의 비가 온다. 제주기상청 한미정 예보관은 “지난 7월 25일 이후 제주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며 맑은 날씨가 이어지며 무더위가 더 심해졌다”며 “제주는 타 지역보다 습한 지역인만큼 밤 동안에도 후텁지근한 습도가 유지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습도 때문에 제주는 전국에서 제습기가 가장 많이 팔리는 지역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인 Gfk에 따르면 올해 제주 등에 판매된 제습기 중 20L 이상 대용량 제품 판매량이 8% 늘었다. 20L 이상 대용량 제습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1%에서 올해 31%로 10%p 상승했다. 도민 임모(68·제주시)씨는 “참다 참다 후텁지근한 올해 더위에 항복해 제습기를 샀다”며 “물통을 비우고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가득 찬다”고 했다. 제주기상청 관계자는 “열대야가 사라져도 당분간 무더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최충일(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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